"30년 걸린 셰익스피어 완역, 세종대왕 덕분에 가능했다"[현장EN:]

최종철 교수, 10년 만에 5권 추가 총 10권 완간
"과거 日 통해 서구문화 수입, 제대로 번역 안돼"
셰익스피어 원전 직접 우리말 운율 완역은 처음
압축·오역·삭제된 번역 탈피, 영문 원전 되살려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3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셰익스피어 전집' 완간 기자간담회에서 출간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민음사 제공

셰익스피어 문학의 권위자인 최종철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가 작품 원전을 완역한 '셰익스피어 전집'(전 10권)이 민음사를 통해 30년 만에 완간됐다.

최 교수는 3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셰익스피어 전집' 완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 셰익스피어 작품이 일본식 산문형태로 번역되어 국내 소개된 것과 달리, 유럽의 봉건시대와 르네상스 시기를 거치며 형성된 인본주의 가치가 담긴 원전 운문을 우리말 운율을 입혀 살려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93년 '맥베스' 번역을 시작해 30년에 걸쳐 4대 비극을 포함한 비극 10편, 희극 13편, 역사극과 로맨스 외 15편, 시 3편, 소네트 154편을 원작 운문 형태로 번역 수록해 총 5824쪽 전집 10권으로 펴냈다. 앞서 2014년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탄생 450주년을 맞아 4대 비극과 4대 희극, 소네트로 구성된 다섯 권을 출간한 지 10년 만이다.

셰익스피어 희곡을 원전 형식을 살리면서도 한국말의 아름다움과 운율을 살려 번역한 것은 최 교수가 최초다. 셰익스피어의 '약강 오보격' 무운시라는 형식을 우리 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三四調)에 적용해 셰익스피어가 전달하려는 감정과 사상을 한국말의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읽히게 했다는 것이 민음사의 설명이다.

민음사 제공

최 교수는 "일본식 산문 번역 일색이던 셰익스피어 작품을 원작 운문의 감정과 르네상스 시대의 사상과 분위기, 느낌을 대사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며 "세종대왕 덕분에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920년대 선배 세대를 통해 셰익스피어가 처음 부분 번역되기 시작했다"며 "한일병합 이후 한국의 지식인들이 일본의 교육을 받고 서구문화도 현지가 아닌 일본색을 거쳐 유입됐다. 일본어의 언어학적 한계로 완벽한 운문 번역이 불가능했던 것이 국내에도 산문 번역이 자리 잡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연극계에서 인기리에 상연되는 멕베스나 리어왕, 햄릿 등 셰익스피어 작품들도 이 같은 영향으로 원전과 차이가 벌어졌다며 과거 유인촌 현 문화체육부장관과의 일화도 떠올렸다.

10여년 전 극단 연극 제작자로 있던 유인촌 단장이 최 교수의 '햄릿' 번역 작품을 공연해보고 싶다고 제안해 배우들을 모아 첫 대본 리딩을 했는데, 셰익스피어 작품에 익숙한 배우들에게도 생소한 대사와 장면들이 너무 많아 공연을 보류했을 정도로 일본식 산문 번역본이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짧지만 가장 압축적인 '멕베스' 번역이 어려웠는데,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운문 번역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최 교수는 "우리 말에는 엑센트가 없지만 말로 여러 가지 감정 전달할 때 소리를 배열하는 높고 낮음(고저), 길고 짧음(장단) 표현이 가능해 우리말의 자수율로 영어의 리듬 대체할 수 있었고, 우리말 시 한 줄의 자수 제한 안에서 원문의 뜻과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작품 읽기를 통해 500년 전 셰익스피어가 오늘날에도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내면의 변화가 달라지고 차이가 난다"며 "특히 소리 내서 읽어보면 자기 삶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이 셰익스피어 전집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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