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열풍으로 상반기 주식시장을 이끌던 반도체가 8월 들어 주춤한 사이 그동안 소외됐던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가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6.81% 하락했던 KRX BBIG 지수는 지난달 5.33%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가 상반기 4.35% 오르고 지난달 3.48% 빠진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투자가 꼽힌다.
외국인은 코스피에 상반기 24조 1166억원을 투자했지만, BBIG 지수를 구성하는 삼성SDI에서 1조 8619억원, 네이버에서 1조 2346억원, 셀트리온에서 6121억원 등 3개 종목에서만 모두 3조 7천억원을 시장에 쏟아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2~4위 기록이다.
하지만 지난달은 달랐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 8682억원을 순매도하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2858억원, LG에너지솔루션 1995억원, 크래프톤 1692억원, SK바이오팜 770억원 등 4개 종목에서 7315억원어치를 담았다. 외국인 순매수 1위와 3위, 4위, 11위 등을 각각 차지했다.
KRX BBIG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TIGER BBIG에도 외국인 투자가 이어졌다. 상반기 외국인은 TIGER BBIG를 24억원어치 팔았지만, 지난달 13억원 규모를 순매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이처럼 BBIG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장주 섹터로 구성된 BBIG는 금리 인하의 수혜주로 분류된다. 성장주는 금리가 낮을수록 현재의 이익보다 미래의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가 큰 기대를 모은다.
NH투자증권 한승연 연구원은 "국내 제약바이오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더해 신규 모멘텀으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 중"이라며 "이번 성장 구간에서 개발과 생산, 판매 등 세 가지 축의 고른 펀더멘털 개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2일 KRX BBIG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의 리밸런싱도 새로운 수급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KRX BBIG 지수는 KTX 2차전지와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4개 지수의 상위 3개 종목 등 모두 12개로 구성된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리밸런싱에서 포스코퓨처엠과 알테오젠이 KRX BBIG 지수에 편입되고, 에코프로비엠과 SK바이오팜이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편입 종목에 각각 884억원과 363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배터리(이차전지)의 펀더멘탈 회복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H투자증권 주민우 연구원은 "전기차 판매와 메탈가격, 수출지표 등 펀더멘탈 지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아직 이차전지 주가의 진바닥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과 게임 역시 단기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화투자증권 김소혜 연구원은 "특별한 모멘텀이 없이 금리와 광고 경기 기대감에 좌우되고 있지만 최근 금리 인하 기대에도 크게 움직이지 않는 주가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의존도가 약해진 상황"이라며 "락바텀 밸류가 얼마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