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일 더불어민주당의 '응급실 뺑뺑이 사망자 증가', '계엄령 준비' 주장에 일제히 반박하며 강공에 나섰다. 야당발(發) 공세에 정국 주도권을 뺏겨선 안된다는 판단과 함께, 사실을 바로 잡는 '대국민 홍보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완수'를 선언한 의료개혁에 있어 여당과의 엇박자, 의료계 반발 등 난관은 여전하지만 대통령실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러 군데 전선이 펼쳐진 가운데, 국정 지지율까지 하락하며 개혁 동력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李 '응급실 뺑뺑이 사망 증가' 주장에 "근거 없어"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중앙과 지방이 함께 추석연휴 의료 특별대책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범정부적으로 응급실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정부 합동으로 응급실 현안과 관련 일일 브리핑을 실시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대란' 우려에 철저한 대비를 강조하며 의료개혁 의지를 재차 보인 셈이다. 이와 함께 야당의 주장에는 적극 반박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언급한 "(정부의 의료개혁으로) 응급실 뺑뺑이로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 사고가 작년 한 해 총 발생량을 이미 초과하고 있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응급환자 사망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사망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통계의 산출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공개 지적은 의료개혁을 둘러싼 오해가 개혁 추진에 상당한 차질을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개혁에 있어 사실과 다른 의혹들이 검증 없이 펼쳐지고 있다"며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한 적극적인 대국민 정책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지목하는 대표적인 오해는 의료개혁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발생이다. 응급 의료의 공백 문제는 의사 부족 등으로 인해 수년간 누적된 문제라는 게 대통령실 주장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지방 종합병원이나 공공병원을 가 보면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 의료 개혁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고 강조한 게 같은 맥락이다.
의대 증원 규모인 '2천 명'을 마냥 고집하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업계가 '통일된 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열려있다"며 "단순히 증원 2천 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하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野 대치, 당정 인식차, 의료계 반발, 지지율 하락까지…개혁 동력 '빨간불'
대통령실이 민주당이 제기하는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는 것도 '음모론'에 휘둘리지 않고 정국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계엄령 준비 의혹을 "괴담 선동"으로 규정하며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이재명)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요구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며 "날조된 유언비어를 대한민국 공당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손톱만큼 근거라도 있으면 말해달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혹시 탄핵에 대한 빌드업(사전 준비) 과정인가", "괴담 유포당, 가짜뉴스 보도당이라고 불러도 마땅하다",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 농단" 등이라며 수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야당과의 대치가 극대화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날 22대 국회 개원식을 불참하는 것도 야당에 대한 깊은 불신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는 것은 1987년 체제 이후 첫 사례다. 대통령실은 "특검, 탄핵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시키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의료개혁 완수를 재차 선언한 이후, 대통령실 차원에서 공격적인 개혁 추진에 나선 양상이지만 일각에선 위기감과 다급함이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국정브리핑 효과가 반전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성인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한 주 전보다 0.4%p(포인트) 떨어진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1주차(29.3%) 이후 취임 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리얼미터 최홍태 선임연구원은 "장기화된 의정 갈등으로 '응급실 의료 공백'이 현실화됨에 따라 대정부 신뢰감이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눈 앞의 의료 리스크를 여론이 체감하게 된 상황에서 개혁에 대한 의지가 온전히 피력될지, 또 오롯이 기대감으로 치환될 수 있을지는 신중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한 의료계의 반발과 내재된 당정 인식차도 여전히 난관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응급 대란'이 심각하다며 여전히 증원 유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야당과의 대치, 당정 갈등, 의료계 반발 등 사방에 전선이 걸쳐진 가운데, 지지율 하락까지 겹치며 개혁 동력에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지지율이 20%대인 가장 저조한 때 시작했다"며 "저항이 예상되지만,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으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