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앵커]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가 적절한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권영철 대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으면, 기소까지 하는 걸까요?
[권영철 대기자] 아직 수사가 진행되는 단계여서 문 전 대통령 조사도 해야 하고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기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주거지를 지난달 30일 압수수색했는데, 압수수색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명시해서 수사를 하고 있는데, 기소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문제 아니겠습니까?
특수통 출신의 전직 고검장은 "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해서 압수수색을 할 정도라면 검찰의 의지가 기소하겠다는 걸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기재됐다고 해서 반드시 기소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진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특수부 검사들이 피의자로 입건한 뒤, 무혐의 처분을 하면 수치로 여겼지만, 이제는 법원에서 '피의자로 입건' 하지 않으면 자택이나 개인정보가 많은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지 않는다"면서 "특수수사의 경우에도 입건했다가 무혐의 처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에서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내사자의 경우 특별한 사례(무연고 사망자의 경우나 보이스피싱 등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았을 경우 등)가 아니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직은 수사 단계니까 기소 여부를 따지기는 조금 이른 면이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앵커] 처음에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거론되다가, 지금은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가 거론되는데, 그동안 상황이 달라진 게 있나요?
[대기자]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씨가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은 급여(월 800만원)와 주거 지원비(월 350만원) 등 약 2억 2300만원을 뇌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고위 임원(전무)으로 채용된 건 문 대통령이 이상직 전 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한 대가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2020년 4월 국회의원 후보 공천(전북 전주을)을 받고 당선된 것도 대가성으로 보고 수사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당초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제3자 뇌물' 혐의를 검토했다가, 최근에 '직접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당시 딸 다혜씨 부부의 생활비 일부를 부담해왔는데, 서씨의 취업 이후 금전적 문제가 해결돼, 서씨의 채용이 곧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익으로 직접적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제3자 뇌물에서 뇌물수수(또는 포괄적 뇌물죄)로 바꾼 이유는 제3자 뇌물죄의 경우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합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한 것이 대통령 '직무'에 속하는 일이고, 그것이 곧 서씨 취업의 '대가'라고 논리를 구성하는 건 직접 뇌물죄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를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앞으로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특수통 출신의 전직 한 검사장은 "딸 부부가 못사니까 생활비 대주다가 돈을 버니까 생활비 안주는 게 당연하지 그게 무슨 이익을 취한 거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사전에 취업을 부탁했다거나 하는 근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수사를 두고 '물타기 수사' 아니냐?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대기자] 네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습니다.
[앵커] 네 가지나요? 첫 번째 이유는 뭔가요?
[대기자] 첫 번째는 수사 시점, 수사의 타이밍이 적절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딸 다혜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게 지난달 30일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무혐의 건의에 대해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한 게 지난달 23일이지요. 전주지검이 일주일 뒤에 압수수색에 나선 겁니다.
수사를 아는 전현직 검찰관계자들은 타이밍이 부적절하다고 말합니다.
수사에 나서더라도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이 마무리된 뒤에 했더라면, '물타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정권 초기에는 미루다가 지금에 와서 갑작스럽게 수사하는 건 어떤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수사의 외관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겁니다.
[앵커] 첫 번째는 수사의 타이밍이 부적절하다? 두 번째는요?
[대기자] 두 번째는 묘한 기시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앵커] 기시감이요?
[대기자]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국세청과 검찰을 동원해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한 것과 유사해 보인다는 겁니다.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의 지지부진, 명품백 수수에 대한 무혐의 결론에 여론의 비판이 커지는 시점에 이렇게 수사 속도를 내는 게 과연 우연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 수사가 도를 넘었습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넘어서, 급기야 전직 대통령까지 직접 겨냥하고 있습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면서 유독 김건희 여사만 예외입니다. 김건희 여사 앞에서는 휴대폰까지 반납하면서 '황제 출장조사'를 한 검찰이 야당 인사들과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법 앞의 평등을 주장합니다. 사람에 따라 법 적용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검찰 수사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며 편의적인지를 보여줍니다. 검찰의 전직 대통령을 향한 정치보복은 전형적인 망신 주기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국민의 여론과 관심을 돌리려는 눈속임 공작 수사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앵커] '국민의 여론과 관심을 돌리려는 눈속임 수사'다. 이런 의미군요. 세 번째는요?
[대기자] 세 번째는 검찰수사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겁니다.
[앵커] 검찰수사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검찰 수사에 대해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게 수사의 형평성 문제입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휘권이 없다면 아예 손을 놓았습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내세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도 공범들이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마냥 미뤄왔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고급화장품과 명품백 수수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수사를 미루고 미루다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것도 검찰총장을 패싱하면서 검사장 인사를 단행한 뒤에 착수했는데,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한 게 아니라 검찰 수사팀이 대통령 경호처 건물로 불려가서 휴대전화를 맡기고 겨우 조사를 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를 어겨가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수사를 한 뒤 무혐의 처분을 하겠다고 검찰총장에게 보고를 했구요. 물론 이원석 검찰총장은 마지막으로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까지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만, 검찰은 김건희 여사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야당 정치인이나 전직 대통령 수사에는 검찰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수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검찰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주장합니다만 그걸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검사장 출신의 중견변호사는 "검찰이 윤 대통령이나 한동훈 대표를 야당 수사하듯이 탈탈 털면 이런 것만 나오겠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검찰수사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문 전 대통령 수사를 두고 '물타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네 번째 이유는요?
[대기자] 네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앵커] 윤 대통령의 인식의 문제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지난주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답변 내용 잠시 들어보시지요
<윤석열 대통령 - 지난달 29일 대통령실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저도 검사 시절에 전직 대통령 부인, 전직 영부인에 대해서 멀리 자택까지 찾아가서 조사를 한 일이 있습니다. 조사 방식이라는 것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예를 들어서 영장을 발부 받아서 강제로 하는 것이라면 하겠지만, 모든 조사는 원칙적으로 임의조사이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방식이나 장소가 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과거에 사저를 찾아가서 조사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말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출장 조사가 문제가 없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걸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건은 완전 다른 성격입니다. 김건희 여사는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전직 영부인은 2012년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재직시에는 참고인이었습니다. 이미 검찰 청사로 불려가서 조사를 받기도 했고요.
사실 지난주 기자회견 때 질문하는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저 답변에 대해 두 가지를 추가로 질문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조사하러 갔을 때 휴대전화를 맡기고 조사했느냐"는 것과 "조사 당시 검찰총장이 출장조사 하지 말라고 하는 데도 갔었느냐"하는 겁니다.
윤 대통령의 말은 서울중앙지검이 검찰총장을 패싱해서 출장조사를 한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건데, 국민들이 그렇게 믿어 줍니까? 심지어 전현직 검찰관계자들 조차 적절하지 못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특수수사를 했던 전직 검찰관계자들은 "전임 대통령이 재임시절 '인사 거래'를 한 게 사실이라면 중대 사안이니 만큼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제3자 뇌물죄든지, 포괄적 뇌물죄든지 유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경제적공동체'가 맞는지도 문제이고, 문 전 대통령이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이상직 전 의원이 알아서 채용 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겁니다. 또 수사시점도 이상직 의원을 구속할 때 처리했더라면 이런 의심은 받지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정권 초기에는 뭉개다가 지금에 와서 나서는 건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겁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