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서 '극우' 돌풍…"불평등에 대한 유권자 항의"

극우 AfD, 옛 동독 튀링겐 주 의회 선거 승리
극우 정당 79년만의 승리…정치지형 지각변동
"멀어져 가는 동·서독"…"불평등이 분노와 결합"
'물가, 경기침체, 에너지 값 상승 더 못 참겠다"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fD) 후보 등이 주의회 선거 초기 개표결과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옛 동독에 속했던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79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했다.
 
1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은 득표율 32.8%로 1위를 차지해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지난 1945년 나치 독일이 패망한 이후 독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이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튀링겐 선거에서 중도 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U)은 23.6%로 2위, 급진좌파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15.8%로 3위를 차지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SPD는 6.1%, 녹색당 3.2%, FDP 1.1%의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AfD는 이날 함께 치러진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30.6%를 얻어 2위로 선전했다.

이 지역에서는 CDU가 득표율 31.9%로 간발 차 1위를 차지했고, BSW가 11.8%로 3위를 했다. 숄츠 총리의 SPD는 7.3%의 지지율에 머물렀다.
 
알리스 바이델 AfD 중앙당 공동대표는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에게 역사적인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유럽 전역에 불어온 극우 바람이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EU)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독일에서 다시 확인되면서 향후 정치 지형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숄츠 총리로서는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 완패에 이어 극우 돌풍에 집권 기반 자체가 휘청거리는 등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됐다.
 
외신들은 나치 옹호 등 갖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극우세력이 주류 정치에 입성할 만큼 세력을 불린 것은 독일 통일 3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동·서독간 갈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극우 AfD의 성공은 서로 멀어져가는 동·서독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튀링겐과 작센에서의 역사적 선거 결과는 독일 동부와 서부 지역이 더욱더 멀어지는 모습을 그려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옛 동독 지역에서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대한 동독 유권자의 불만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가디언은 "AfD의 부상은 소득, 고용, 생활 수준의 지속적인 불평등에 대한 항의 투표로 보인다"면서 "옛 동독 주민의 약 19%가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하는데 이는 서독의 두 배"라고 전했다.
 
BBC는 "옛 동독 사람들의 '멸시 받는다'는 느낌은 서독의 강력한 산업 기반, 높은 임금, 역사적인 연금 불평등에 대한 분노와 결합했다"고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원조에 반대하며 협상으로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게 해야 한다는 AfD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도 적지 않다면서 "과거 공산주의 동독에 속했던 두 지역 주민 다수가 중도성향 주류정당들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동·서독간의 경제력 격차는 이미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반론을 제기하며 동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극한 AfD의 선거전략이 옛 동독지역에서 먹힌 측면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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