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호랑이 꼬리 잡기의 저주가 펼쳐졌다. 1위 KIA를 추격하려던 사자 군단이 호되게 당했다. 통산 400홈런을 눈앞에 둔 삼성 박병호 못지 않은 파워를 보인 박찬호가 KIA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KIA는 지난주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5경기에서 4승 1패의 호조를 보였다. 4연승을 포함해 5승 1패를 거둔 '진격의 거인' 롯데에 이어 주간 승률 2위를 기록했다.
특히 2위 삼성과 대구 원정 2연전에서 모두 이겼다. 2연전에 앞서 KIA는 삼성과 승차가 4.5경기였다. 2연전 결과에 따라 2.5경기까지 좁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연전을 쓸어 담으면서 KIA는 삼성과 격차를 6.5경기로 벌렸다.
KIA는 주중 SSG와 광주 홈 3연 2승 1패까지 기분 좋게 8월을 마무리했다. 최근 10경기 7승 3패로 5위 kt와 가장 좋은 페이스다.
사실 마운드는 좋지 않았다. 지난주 KIA의 팀 평균자책점(ERA)는 6.80으로 SSG(7.65) 다음으로 나빴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턱 관절 골절상으로 이탈하는 등 선발진이 더 어려워졌다. 지난달 27일 양현종이 10승째(3패)를 따내긴 했지만 5이닝 4실점에 강우 콜드 게임 승리의 행운이 따랐다. 이틀 뒤 에릭 라우어는 5이닝 5실점 패전을 안았다. 새 외인 에릭 스타우트도 1일 4이닝 5실점으로 혹독한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KIA는 방맘이의 힘으로 이겨냈다. 주간 팀 타율이 무려 4할5리에 이르렀고, 장타율과 출루율을 더한 OPS는 1.070으로 단연 1위였다.
박찬호가 존재감을 뽐냈다. 지난주 박찬호는 5경기 타율 4할2푼9리에 1홈런 10타점 7득점을 기록했다. 중심 타자인 최형우(9타점), 김도영(7타점), 소크라테스 브리토(6타점)를 넘어 주간 팀 최다 타점자가 됐다.
8월 31일 경기가 압권이었다. 이날은 양 팀 타선이 대폭발하며 엄청난 타격전이 펼쳐졌다. KIA가 2회초까지 5 대 2로 앞섰지만 삼성이 2회말 박병호의 만루 홈런 등 대거 6점을 뽑아 8 대 5로 역전했다.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상황. 그러나 박찬호가 3회초 삼성 우완 이승현의 낮은 속구를 통타, 3점 홈런을 터뜨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박찬호는 6회초에도 다시 동점타를 날렸다. 10 대 12로 뒤진 2사 만루에서 박찬호는 삼성의 돌부처 오승환으로부터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상대 중계 플레이 동안 2루까지 달려 2사 2, 3루 기회를 만들었고, 소크라테스의 결승 2타점 2루타가 터졌다.
2점 차로 쫓긴 9회초에도 박찬호는 선두 타자로 나와 좌선상 2루타를 때려 기회를 만들었다. 소크라테스의 안타로 3루까지 진루한 박찬호는 1사 뒤 최형우의 좌선상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쐐기점을 올렸다.
박찬호는 이날 5타수 3안타 5타점 4득점으로 개인 1경기 최다 타점 타이를 이뤘다. 고비마다 천금의 동점타를 때린 박찬호는 15 대 13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22년 4개인 박찬호는 올해도 3홈런을 기록 중이지만 이날만큼은 거포의 품격이 느껴질 만했다.
박병호도 이날 만루 홈런을 날리며 분투했지만 박찬호를 앞세운 KIA의 화력에 밀렸다. 박병호는 1일에도 홈런 2방을 포함해 4타점을 쓸어 담았으나 김도영, 나성범 등의 홈런이 터진 KIA가 6 대 5로 이기면서 빛을 잃었다.
다만 박병호는 통산 398홈런을 기록해 이승엽 두산 감독(467개), SSG 최정(491개)에 이어 KBO 리그 3호 400홈런 고지를 눈앞에 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주 박병호는 4홈런 11타점의 맹타를 펼쳤다.
삼성을 연파한 KIA는 올해 2위 상대 승률을 무려 9할 가까이 끌어올렸다. 15승 2패, 승률 8할8푼2리에 이른다. 4연승을 달리던 사자 군단의 추격을 떨쳐낸 KIA의 기세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