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협치 韓-李 회담…의료위기 '대책' 촉구, 尹 '압박'[영상]

큰 성과 없었지만 모처럼 여야 간 대화 의의
의정갈등 국회 차원 대책 마련하자…尹 우회 압박
좁혀질 듯 멀어진 '채특검'…한동훈案 수용되자 "기존 법 폐기" 요구
李 "제보 조작, 수용할 의사 있다…법안 내면 되는 것 아니냐"
韓 "채상병 특검, 민주당이 시끄럽게 하면 더 어렵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빈손은 아니었지만 '반쪽'짜리 회담이었다.

공식적으로 11년 만에 이뤄진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 기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채 상병 특검법이나 전국민 지원금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이견이 적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다만 한 대표가 꺼내들었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유예안과 관련된 '의료대란' 우려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추석 의료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정 부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견 좁혔지만 결론 못 낸 의대 정원 유예안

양당은 이날 회담을 계기로 민생 법안(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양당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 창구를 만들 예정이다. 구체적인 법안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성과는 없었다. 당장 시급한 현안인 의대 정원 유예안에 대해서는 회담 전부터 양측이 상당 부분 의견을 모으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지만 구체적인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담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2026년 (정원)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좀 있었다. 근데 합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조 수석대변인은 또 "이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의 사과, 이 문제를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던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 대책기구 구성 등을 한편으로 이해 관계자들 참여해서 설득하는 기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겠다는 요청을 했다"며 "성과라고 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노력하기로 했고 추석 응급상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정부 측에 철저하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가진 대표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 대통령이 지난 29일에도 강조했듯 이른바 '의료 개혁' 완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한 대표가 협상할 수 있는 재량이 크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양측 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투세에 대해서도 각론에 있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양측은 "금투세와 관련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금투세에 대해 한 대표는 폐지를 요구했지만, 이 대표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대표는 회담을 끝낸 뒤 당원들에게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금투세도 종합적인 검토를 하기로 합의한 만큼, 앞으로도 민생 관련 문제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챙겨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韓, 채상병 법안 준비? 회담 뒤 '작은 공방' 이어져 

관심을 모았던 채 상병 특검법 역시 이견만 확인됐다. 양당 수석대변인은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회담의 내용에 대해서도 결이 다르게 해석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허심탄회한 토론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서로 합의하지는 못했다. 각자 생각에 대해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라고만 밝혔다.

또 공동 브리핑 후 별도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본인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면서 "근데 당내 사정이 좀 있고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곽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기한에 맞춰서 당의 입장을 낼 수 없다는 얘기를 나눴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속해서 논의하는 과정이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그런 사실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회담에서는 이 대표가 "(특검 대상에) 제보 조작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했고, 한 대표가 "그럼 법안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표가 "그럼 한 대표가 법안을 내면 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고, 한 대표는 "민주당이 자꾸 시끄럽게 하면 (발의가) 더 어렵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또 "국회의장 비토권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고, 이 대표는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양당 대표 회담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6일까지 특검법을 발의하라며 한 대표를 압박했고, 이 대표 역시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한 대표가 결단해야 할 때"라고 압박을 이어갔다. 한 대표가 특검법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국민의힘 내에서 다소 궁색해진 처지를 더욱 파고드려는 의도가 엿보였던 지점이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 당시부터 대법원장 제3자 추천안을 제안했지만, 이를 둘러싼 당내 반발에 부딪친 상황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이에 대해 국회의장의 동의·재추천 요구권을 조건으로 다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 대표는 이날 회담 전에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은 당초 계획했던 90분을 넘겨 약 135분간 진행됐다. 회담 뒤 담소 형식으로 독대도 40분간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일종의 정전협상을 맺었으니 누가 크게 지고 이긴 것은 아니다"라는 평가가 주로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압박에서 숨통을 좀 트이는 효과를 봤고,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요청했던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대화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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