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저출산이 최대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스웨덴에서는 여성 한 명 당 평균 1.45명(2023년 기준, 스웨덴 통계청)의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고 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인종과 국적을 막론하고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스웨덴에서 경험한 그것은 내가 한국에서 평생을 들어오고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과는 매우 달랐다. 무엇보다도 '엄마'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달랐다.
스웨덴에 '독박육아'가 없는 이유
현실적으로 여성이 많은 것을 희생할 수 밖에 없는 임출육(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스웨덴의 관련 제도들은 여성들이 출산을 하고 충분한 시간동안 몸을 회복하고, 자녀를 육아를 한 후 자연스럽게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다. 휴직 후 직장 내 나의 자리가 없어진다거나 업무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오히려 육아휴직중인 직원이 복직하지 않고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까 걱정하는 고용주들도 있다고 한다.여성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가면서 육아의 바통은 자연스럽게 '아빠'에게 넘어간다.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성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엄마'를 대하는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아빠' 역시 육아휴직을 하며 충분한 시간 동안 아이와 교감하고 육아에 익숙해진다. '독박육아'라는 표현이 스웨덴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유이다. 아빠들은 엄마들만큼이나 가사와 육아에 능숙하고, 이는 여성과 남성이 사회에서 동등하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며,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을 줄여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엄마'에 대한 레이블링과도 연결된다.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나같은 여성들에게 으레 붙는 '워킹맘'이라는 표현은 스웨덴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데, 부모가 일을 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고,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여성은 단지 어머니나 아내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개인으로서 존중받는다. 나는 그저 나일 뿐이며, 아이와 남편은 나의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구성하는 일부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