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주 APEC 계기 시진핑 10년 만에 방한하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내년 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미 수차례에 걸친 한국 정부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10년간 한국을 찾지 않는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자회의' 활용 시진핑 방한 운띄운 정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시진핑 주석의 방한시기를 묻는 질문에 "내년 APEC 정상회의(내년 11월 경주 개최)가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중) 고위급 교류에서 항상 그것은 중요한 관심사 중에 하나이고, 그래서 계속 논의해왔고 또 앞으로도 하반기 다양한 계기에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그동안 우리 대통령이 여섯 번 중국을 가셨고 시 주석은 딱 한 번 오셨는데 여러 가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시 주석이 먼저 오셔야 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윤 대통령의 방중이 아닌 시 주석의 방한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7월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 이후 박근혜·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중국을 찾았지만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중국을 찾지 않았다.

조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대통령실도 시 주석의 방한 추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도 예년과 달리 정상적 한중관계 복원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다자회의'라는 좋은 명분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적으로 반중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 정부 입장에서 미국 등 우방도 참여하는 다자회의를 통한 시 주석의 방한은 중국과의 관계회복이라는 이점은 챙기면서도 정치적 부담은 덜 수 있다.

중국도 그동안 "중국은 중요한 다자회의에 불참한 적이 없다(왕이 외교부장)"고 밝혀온 만큼 중요 다자회의인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10년 만에 방한이라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공개 추진 앞서 물밑작업 우선" 지적도


그러나 현시점에서 정부의 바람대로 APEC 정상회의를 통한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직접 시 주석에게 방한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서도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아직 그의 방한은 감감무소식이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윤창원 기자

게다가 현 정부들어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현 국정원장)도 지난해 9월 "(시 주석) 본인이 여러차례 방한 필요성을 언급했으니 이를 기반으로 성사시키려는 것"이라고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관련해 한중관계에 정통한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경주 APEC이 1년 이상 남았는데 지금 시 주석의 방한을 공개적으로 꺼내는 것은 좀 이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연말 미국 대선 결과와 이후 미중, 그리고 한중, 한미관계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에야 방한 문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의 참석이 공식화된 것도 회의 개막 불과 일주일 전이다. 다만 그해 6월경부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는 등 양국 정상회담 성사까지 꾸준한 물밑작업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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