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6일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보·보수 교육계가 본격적으로 단일화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추진을 선언하기로 했고, 진보진영은 한발 앞서 추진단을 꾸리고 후보 단일화 일정을 확정했다.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바른교육 국민연합'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 추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바른교육 국민연합'은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김춘규 한국사회발전연구원장이 부이사장,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가 상임의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바른교육 국민연합은 "경선 참여 자격으로 서울학생의 학력과 인성을 중시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자로, 단일 후보 추대자 선발방식은 경선참여 후보를 대상으로 두 개의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선호도 조사 결과 1순위자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은 그동안 번번히 단일화에 실패해 조희연 전 교육감에게 내리 세 번을 패한 만큼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력이 거세다.
진보 사회학자 출신인 조 전 교육감이 2014년 처음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뒤 2018년, 2022년 선거에서도 이겨 3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보수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보수 유권자 표가 분산된 영향이 컸다.
2022년에도 단일화 요구가 컸지만 박선영·조전혁·조영달 후보가 단일화 규칙에 합의하지 못했고, 이들 보수 후보 3명이 53.22%를 득표했음에도 38.10%를 얻은 조 전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번 보궐선거에는 박선영 전 동국대 교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보수진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보수진영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 국회 의대 증원 청문회에서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미 조 전 교육감이 직을 상실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2024 서울 민주진보 교육감 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상임대표로는 강혜승 참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대표, 권혜진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김주태 장준하정신선양회 대표,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부 본부장,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학부모회 대표, 윤용빈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참여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다.
추진위는 "민주진보혁신의 가치(노동·인권·생태·평등·평화)와 지난 서울교육의 혁신과정에 동의하는 단일화 후보를 9월 4일 18시까지 접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5일 기자회견, 6일 후보들과 함께 경선 규칙을 정한 뒤 7~18일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추대할 계획이다.
진보진영 후보로는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안승문 전 울산교육연수원장 등이 거론된다.
서울시교육감은 90만명에 달하는 서울지역 유·초·중·고교생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지만, 이번에도 정책대결보다는 후보 단일화 여부와 보수·진보 교육계의 조직력 싸움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궐선거가 불과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온 데다 새로 선출된 교육감의 임기는 조 전 교육감의 잔여임기인 1년 8개월에 불과하다. 교육감 선거는 시·도지사 선거에 비해 유권자 관심도가 크게 떨어져 '깜깜이 선거'로 불려왔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중도 낙마에 따라 2012년 12월 19일 실시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선거는 26~27일 교육감 후보 선관위 등록에 이어 다음 달 16일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