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년이에요, 7년! 여러분들도 저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 진짜? 무려 7년이란 시간 동안 저를 기다려 주시고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자리에 와 주셔서 너무너무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그 어느 공연보다 오늘이 얼마나 떨리던지요"
8월의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태양의 2024 투어 '더 라이트 이어'(THE LIGHT YEAR) 서울 첫날 공연이 열렸다. 태양은 지난 단독 콘서트부터 이번 단독 콘서트를 열기까지 걸린 시간이 '7년'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워낙 오랜만에 콘서트를 열어서인지, 꽤 떨리고 긴장했다고도 밝혔다.
"진짜 오랜만의 콘서트이긴 한가 봐요. 중간중간 가사도 씹히고 박자도 놓치고… 그만큼 제가 떨린단 얘기겠죠? 떨리는 만큼 기분은 너무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너무 즐겁게 노래 부르고 계셔가지고"
직접 말한 것처럼 작은 실수가 있긴 했지만 사실 직접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틀린 부분을 바로 알아채지 못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춤과 보컬을 모두 잘 해내는 덕에 일찍부터 '올라운더'로 불렸던 '가수' 태양의 본업을 즐기기에 손색없는 자리였다.
2006년 그룹 빅뱅(BIGBANG)으로 데뷔한 태양은 꽤 빨리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발표한 솔로 데뷔곡 '나만 바라봐'는 비록 가사를 향한 호불호가 나뉘긴 했지만, 대중과 청자에게 '솔로 보컬리스트 태양'의 존재감을 확실히 남긴 메가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다. '소울풀'하다고 평가받는 개성 있는 음색과 감미로운 가창에 유려한 춤이 어우러진 '나만 바라봐'는 이날 공연에서도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7년 만에 여는 단독 콘서트인 만큼, 태양은 무대에서 선보인 지 오래된 본인의 초기작을 여러 곡 소환했다. 솔로 데뷔 앨범 '핫'(Hot) 수록곡인 '기도'를 오프닝 곡으로 배치한 그는 같은 앨범의 '메이크 러브'(Make Love)는 물론, 솔로로서는 두 번째 작품이었던 디지털 싱글 '웨어 유 앳'(Where u at)과 그다음 곡 '웨딩드레스'(Wedding Dress), 첫 정규앨범 '솔라'(Solar)의 타이틀곡 '아이 니드 어 걸'(I Need A Girl)의 무대를 펼쳤다.
2009년 작인 '웨어 유 앳'을 무대에 올리기에 앞서, 태양은 "웬만해선 저도 공연을 끊고 가는 걸 안 좋아한다"라면서도 "준비가 좀 필요"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진짜 오랜만에 들려드리는 옛날 노래"라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그는 "2009년도에 발매한 노래라고 한다"라며 객석을 향해 2009년생 팬도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어 마이크와 캡모자를 착용한 태양은 "사실 이거(곡) 제가 잘 많이 안 한 이유가 있다. 쉽지 않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 노래 안무 짠 친구와 최근 같이 챌린지도 하고 그랬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 '너 도대체 이걸 어떻게 했니?'"라고 덧붙였다. 자기도 당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 태양은 모처럼의 '웨어 유 앳'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아냈다.
앞서 태양은 "여러분들이 듣고 싶어 하시는 여러 많은 곡과 제가 그동안 무대에서 잘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던 곡들로 구성해 봤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새벽한시'(1AM) '눈, 코, 입'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 '아름다워'(Body) '링가 링가'(RINGA LINGA) 등 2014년 작 '라이즈'(RISE) 앨범 수록곡과 방탄소년단(BTS) 지민의 피처링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이브'(VIBE)와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 '슝!' '나의 마음에'(Seed) 등 지난해 발매한 최신곡이 고루 어우러졌다.
두 번째 미니앨범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 라이브는 발매 당시 열렸던 청음회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듣는 것이었는데, 두 번 다 다른 느낌으로 인상적이었다. 이날 세트 리스트 중에서 정적인 계열의 노래이기도 하고, 영어 한마디 없이 한국어로만 된 서정적인 가사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새삼 '보컬리스트 태양'의 면모를 되새길 수 있었다.
태양은 솔로곡뿐 아니라, 본인의 출발점이 된 빅뱅의 곡도 세트 리스트에 포함했다. 객석에서 가장 열광적인 반응이 터진 순간도 빅뱅 노래가 등장했을 때였다. 태양이 "아시다시피 제 솔로곡 외에도 들려드리고 싶은 많은 노래도 있다. 저희 빅뱅 노래들을 앞으로 부를 건데"라고 운을 떼자,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블루'(BLUE) '이프 유'(IF YOU) '루저'(LOSER)를 혼자 소화한 태양은, '눈물뿐인 바보' 때 관객들에게 주목해 달라며 대성이 등장하는 쪽을 가리켰다. '눈물뿐인 바보'를 함께 부른 두 사람은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큰 대(大) 소리 성(聲) 자를 쓰고 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대성은 듀엣 무대를 두고 "역사적인 날이다. 감회가 새롭다. 너무 감격스럽다"라고 자평했다.
"바쁜 와중에 제 콘서트라고 도와주러 왔다. 큰 박수 부탁드린다"라고 태양이 말하자, 대성은 "오래 하셨으니까 좀 쉬어라. 제가 하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태양이 퇴장해 숨 고를 동안, 대성은 본인의 한국 팬 미팅 때 태양이 와 줘서 너무 감격했다며 "태양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이번 무대로 조금 더 뜨거운 우정을 다지는 시간이 아닐까. 행복하다"라고 밝혔다.
대성은 빅뱅 다섯 번째 미니앨범 '얼라이브'(ALIVE)에 실린 솔로곡 '날개'를 불렀다. 그 후로는 빅뱅 메들리였다. '뱅뱅뱅'(BANG BANG BANG)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까지 세 곡을 연달아 선보였다. 앙코르 때도 '배드 보이'(BAD BOY)를 선곡했고, 빅뱅 4인 완전체의 마지막 곡이었던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로 대미를 장식했다.
'솔로 가수'로서 오랜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 태양은 "팬 여러분들의 얼굴 표정 감정이 다 느껴지는 걸 느껴본 지가 너무 오랜만인 거 같은데 너무 행복하다"라며 "이 콘서트 만들면서 제가 느낀 지금까지의 감정들, 만들어 가면서 느꼈던 생각을 여러분이 많이 공유해 줬으면 좋겠다. 오늘 그렇게 된 거 같아서 너무 행복하다, 진짜로"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 원하는 것을 우리 회사 더블랙레이블에서 다 해 주셨다. 첫 번째로 테디 형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회사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무대 뒤에서 저랑 같이 준비하면서 몇 주 전부터 진짜 잠을 안 주무시면서 제 공연 준비해 주셨던 더블랙레이블 스태프분들, 연출분들, 제가 무대 준비하면서 많이 예민해가지고 좀 힘들게 했던 것도 같은데 이 자리를 빌려서 죄송하고 너무 감사하다"라며 큰절을 올렸다.
관객들에게도 "무엇보다 여러분들 덕분에 오늘 이 콘서트가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거 같고 너무 기분 좋은 스타트가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총 28곡, 2시간 20분가량 진행된 태양의 '더 라이트 이어' 서울 공연에는 같은 소속사 가수인 전소미가 게스트로 출연해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와 '아이스크림'(Ice Cream) 무대를 선물했다. 건반·베이스·키보드·드럼·기타로 이루어진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돋보였다. 댄서 리정은 짧은 솔로 퍼포먼스를 펼쳐 환호를 받았고 '슝!' 무대에서도 태양과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2024 태양의 단독 콘서트 투어 '더 라이트 이어'는 오늘(1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 공연을 마친 후, 오사카·도쿄·홍콩·타이베이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