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하늘에서 쏟아진 거센 빗줄기가 애석하게도 태극 궁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앙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양궁 여자 컴파운드(W2등급) 32강전.
정진영(56·광주광역시청)과 최나미(58·대전광역시체육회)는 각각 린 유샨(중국), 주니가 마리아나(칠레)에게 패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생애 첫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정진영은 전날 랭킹 라운드에서 19위를 기록해 32강전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린 유산에게 134-140으로 패하면서 그의 파리 대회는 막을 내렸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정진영은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서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컨디션도 좋았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몸이 움츠러들고 맘처럼 잘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경기 시작 약 1시간 전부터 쏟아진 비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거센 빗줄기 탓에 기온이 내려가면서 집중력이 흐려지고 몸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정진영은 비를 탓하지 않았다. 그는 "연습장에서부터 잘 안 되더라"면서 "날씨의 영향이 아니라 그냥 내가 잘 못한 것"이라고 자책했다.
생애 첫 패럴림픽 무대를 마친 정진영은 "와일드카드로 참가하게 됐는데 가문의 영광이지 않나"라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잘 안 돼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응원을 받고 파리로 향한 그는 "많이 응원해 줬다. 오늘도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 줘서 감사한데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에도 도전할 거냐는 질문에는 "나이가 있다 보니까 쉽지 않겠지만 운동은 꾸준히 할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2021년 도쿄 대회에서 개인 17위에 올랐던 최나미는 이번 국내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해 두 번째 패럴림픽에 나섰다. 전날 랭킹 라운드에서 18위에 올라 32강전으로 향했으나, 이날 32강전에서는 주니가 마리아나에게 135-139로 패했다.
최나미는 경기 후 "열심히 준비했지만 조금 더 힘을 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한국에 돌아가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며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는 최나미의 차례가 와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최나미도 거센 빗방울을 맞으며 활시위를 당겨야 했다.
최나미는 "국내 경기를 할 때는 비가 온 적이 많지 않았지만, 비가 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면서 "내가 강한 파운드의 화살을 쓰는 게 아니라 비의 영향이 조금 있었고, 막상 비가 오니까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양궁은 몸을 활용해서 활을 쏴야 하는 종목인데, 몸이 움츠러들었다"면서 "장비가 젖고 스코프에 물방울이 맺히면서 조준할 때 잘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나미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두 번째 패럴림픽을 마무리한 최나미는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면서 "남은 시간은 즐기면서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3회 연속 패럴림픽 출전의 욕심도 조심스레 드러냈지만 "반드시 나가겠다는 생각보다는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후배들이 올라와서 더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