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 '푸른 들판을 걷다'…힐러리 맨틀 '플러드'

다산책방 제공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해외 미디어의 호평과 국내외 베스트셀러 1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아일랜드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초기 소설집 '푸른 들판을 걷다'가 출간됐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국내에 세 번째로 소개하는 작가의 작품이자,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영국제도에서 출간된 가장 뛰어난 단편집에 수여하는 에지힐 단편 문학상을 수상한 이 책에는 뛰어난 생동감과 숨 막히는 긴장감이 돋보이는 일곱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는 이미 20년 전부터 키건에 대한 남다른 경의를 표했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극찬한 작품 '물가 가까이'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열하게 그렸다면, 소설집 '푸른 들판을 걷다'는 분노에 찬 시선으로 아일랜드의 현실을 예리하게 그려내기도 하고 설화와 같은 이야기로 신비한 분위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다른 비극과 상실을 경험한 아일랜드 특유의 정서가 묘하게 한국의 한(佷)과 맞닿아 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소녀이기도 하고(작별 선물), 성직자라는 역할에 주어지는 고독함과 세속적인 삶의 뜨거움 사이에서 갈등하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사제(푸른 들판을 걷다), 감정적 무지함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그 비참한 마음을 술과 꿈으로밖에 위로받지 못하는 남자(검은 말)이기도 하다.

또 사랑이 결핍된 남편과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아내(삼림 관리인의 딸)와 사랑하는 남자와 아기를 모두 잃은 여자(퀴큰 나무 숲의 밤) 등 이야기 속 인물들은 각자 다른 상실에서 비롯한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있으며, 키건은 이를 섬세하고 간결한 언어로 건져 올린다.

클레어 키건 지음 |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52쪽

민음사 제공

맨부커 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꼽혔으나 2년 전 세상을 등진 힐러리 맨틀의 성공작 장편소설 '플러드'가 출간됐다.

'울프 홀' '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 '혁명극장' 등 장중한 역사소설로 정평 나있던 그의 1989년작 '플러드'는 어린 시절 맨틀이 겪은 실제 이야기를 모티프로 썼다.

1950년대 후반 영국 북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새 보좌신부 플러드가 부임해 오면서 잇따라 일어나는 신비로운 사건들과 그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삶을 완전히 바꿀 변화를 그렸다.

종교가 예전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산업화 이후의 20세기에도 여전히 본질을 호도하는 종교의 위선을 그리며 그에 대한 풍자를 통해 우리가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잃어버린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며 영혼을 되찾는 기적 같은 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희망도 놓치지 않는다.

16~17세기에 활동한 의사이자 학자이며 연금술사인 실존 인물 플러드의 신비와 1950년대 영국의 팍팍한 환경 속에서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끄집어 낸다. 

힐러리 맨틀 지음 | 이경아 옮김 | 민음사 |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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