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정전'의 악몽 되살아날라…당국 '전전긍긍'

9월 10월에도 해당월(月) 기준 최대 전력수요 예상
보통 9월부터 발전기 정비 들어가
올해는 정비 기간 순연…공급능력 추가 확보 집중

연합뉴스

올 가을에도 기온이 평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9월과 10월 전력수요가 해당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력 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9월 최대 전력수요 전망은 90.5기기와트(GW), 10월 최대 전력수요 전망은 77.8GW로 각각 지난해와 2021년에 세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당국, 9월 발전기 정비 일정 전면 재검토

올여름 예상보다 무더위가 늦게까지 이어지면서 전력당국은 9월 발전기 정비 일정을 전면 재검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은 전날 유관기관과 점검회의를 열고 9월 전력수급 전망과 전력설비 관리계획을 재점검했다. 안 장관은 "과거 발생한 가장 큰 전력 위기상황은 한 여름이 아니라 2011년 9월 15일에 늦더위 상황에서 발생했다"면서 "끝까지 전력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2011년 9월 15일 정전은 역대 최악의 '대정전'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8월 전력 피크 이후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해 발전사들이 발전기 정비에 많이 들어갔는데 갑자기 수요가 몰리면서 지역별 순환단전을 하는 등 대혼란이 일어난 바 있다.

특히나 올여름은 9월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누적더위까지 겹치면서 전력수요가 예년에 비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여름철 집중관리 기간(7월 3주부터 8월 3주)에는 발전설비를 최대로 가동하고 여름이 끝날 무렵 9월부터 본격적으로 발전기를 순차적으로 정비해 동계 전력수급 대책기간 전까지 정상복귀 하도록 하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정비 착수 예정이던 7개 발전기의 정비를 1~2주 순연해 공급능력을 2GW 이상 추가 확보하기로 하고 10GW 이상의 예비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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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매직' 사라진 여름 "앞으로 계속될 것"…대책 마련 시급

'최장기간 열대야 기록'을 세우는 등 무더위가 늦게까지 지속되며 이전과는 달라진 여름 전력수요행태가 나타났다.

기존에는 통계적으로는 가장 기온이 높은 8월 2주에 전력피크 발생확률이 높았는데, 올해는 더위 누적으로 8월 4주(20일)에 최대수요(97.1GW)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력수요 증가는 올 해 일회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020년 최대시장수요는 89.1GW였는데, 올해 97.1GW로 8GW (9%)증가했으며, 작년 피크 수요인 93.6GW에 비해서도 3.5GW 상승하는 등 최근 5년간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AI설비, 데이터센터 등이 늘어나면서 전력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전력망 구축 등의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필요한 곳에 공급할 전력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일부 발전기의 제약운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약운전은 현재 송배전 전력망에서 전력이 과다 생산될 경우 대규모 정전 사태인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어 원자력발전을 비롯한 주요 발전소의 발전량을 줄이는 것을 뜻한다.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지난달 20일의 경우에도 동해안 석탄 발전기 7기 설비 용량이 총 6.4GW지만, 최대 출력 가능량은 3GW로 제약운전을 했다.
 
이 때문에 전력당국과 업계에서는 송변전 설비의 적시 구축과 이를 위한 '전력망 특별법'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더불어 변동성이 커 수급 불안정의 원인으로 꼽히는 태양광과 관련해서는 발전량의 예측·감시·제어 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태양광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백업전원'으로 원전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 장관은 앞서 26일 기자간담회 당시 "폭염으로 인한 특수 상황이 앞으로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는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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