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 야심 차게 추진했던 부산시 주요 정책들이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민선 8기 반환점을 돌며 이제는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진 박 시장의 일성이 조급함으로 들리는 이유다.
부산시가 서부산권 문화체육허브로 구상한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이 국가 공모에서 탈락하면서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공모 탈락의 주요 원인으로 사업 지구 내에 아파트 건립을 반대한 주민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지는데, 시의 사전 공론화 작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시와 주민 간 대화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업의 선결 조건이었던 국가 공모에 탈락하면서 행정력 낭비와 함께 지역 내 갈등만 남은 꼴이 됐다.
시간을 좀 더 앞으로 돌려보면 마침표를 찍지 못한 부산시 정책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시가 꺼내든 부산시교정시설 현대화 사업은 입지선정위원회의 교정시설 통합 이전안 권고가 있은 반년이 넘도록 해당 지역민과 정치권의 반발에 막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경남 의령군과 전격적인 상생 협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맑은 물 공급 문제도 해당 지역 주민 반발에 자치단체 간 협약이 취소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났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대안으로 추진한 부산·경남 행정통합 역시 시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게 나오면서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갔다.
시작할 때의 기세와 달리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여론이라는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여론 수렴 없이 섣불리 결정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정책 방향을 선회한 백양터널 통행료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반대 여론을 앞세워 정책 사업을 멈추거나 선회하는 것은 시의 입장에서 쓰리지만 쉽다.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했다는 그럴싸한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유사한 사례가 반복된다면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민들의 시정에 대한 신뢰 훼손은 불가피하다.
뒤늦게 정책을 번복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부터 각계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부산의 미래와 다수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면 비판을 무릅쓰고 강행하려는 추진력도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반대 여론이 생긴다면 설득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필요에 따라 시장이 직접 반대 여론 속으로 뛰어들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하려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높은 인지도와 합리적 이미지를 갖춘 박 시장의 진정성 있는 모습은 설득의 여지를 넓힐 수 있다.
박 시장은 민선 8기 전반기 동안 2030엑스포 유치전의 최선두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에는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과 한국산업은행 이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물론 시장 본인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굵직한 과실을 따기 위해 고개를 들고 있는 사이 앞서 열거한 지역 내 현안 정책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은 민선 8기 후반기를 시작하며 "지난 2년간 놓은 발판을 토대로 성과를 내는 2년을 만들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쓰다만 편지글처럼 남아 있는 지역 내 현안 정책들 하나하나에 마침표를 찍는 것에서부터 민선 8기 부산시정과 박 시장의 성과가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