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프로 선수가 되면 양효진 선수를 꼭 만나고 싶어요."
케냐에서 온 13세 소녀 박믿음(178cm·천안봉서중)은 꼭 '좋은 배구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롤 모델인 양효진(현대건설)을 프로 무대에서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한국에서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박믿음은 29일 강원도 삼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5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 여중부 결승 금천중과 경기에 출전했다. 아쉽게 우승은 놓쳤다. 박믿음이 뛴 천안봉서중은 이날 금천중에 세트 스코어 0 대 2(17-25 19-25)로 패하고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박믿음은 자신의 실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현장에서는 박믿음에 거는 기대도 컸다. 중학교 2학년임에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될 정도의 신체 조건을 지녔고, 여기에서 나오는 파워 역시 남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회에 출전한 천안봉서중 11명 선수 중 박믿음의 신장은 2번째로 컸다. 우월한 신체 조건에서 나오는 자신의 장점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대회가 끝난 뒤 박믿음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힘이 다른 선수들보다 좋은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높이 역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좀 더 높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믿음이 한국에 온 건 4살 때였다. 당시 케냐 국적의 부모님을 따라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왔다. 교회에서 지어준 '박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대회에 출전했지만, 아직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는 않다.
천안봉서중 김덕원 교장은 "우리나라 국적은 아직 취득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박믿음은 국적 취득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박믿음은 "지금은 케냐 국적이다"라면서도 "한국 국적을 따고 싶다"고 밝혔다.
문화는 이미 적응한 지 오래다. 한국어로 소통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 또 평소 K팝을 두루 들으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마라탕을 먹으러 다니는 것 역시 취미 중 하나라고 전했다.
배구를 시작한 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박믿음은 "교회 목사 지인의 소개로 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그분이 목사에게 '한 번 배구를 시켜보면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포지션은 큰 키를 활용할 수 있는 미들 블로커다. 박믿음은 "이번 대회는 재밌고 새로웠다"며 "미들 블로커 포지션도 잘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구가 재밌다. 꼭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좋아하는 배구 선수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 여자 배구 최고 미들 블로커 양효진을 꼽았다. "블로킹을 잘하시고 공격도 잘해서 배우고 싶다"는 이유였다. 이어 "양효진 선수 경기를 볼 때마다 매번 멋있다고 느꼈다"며 "나중에 선수가 돼서 꼭 만나고 싶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박믿음은 "나중에 꼭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제가 한국에서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