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서울 한복판 도로가 꺼지는 싱크홀이 발생해 달리던 차량이 빠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80대 차량 운전자와 70대 동승자가 다쳤고, 교통 정체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는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29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6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성산대교 방향 성산로에서 2.5m 깊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4차선 도로 한가운데에 가로 6m, 세로 4m의 초대형 구멍이 나면서 그 위를 달리던 흰색 티볼리 승용차가 그대로 빠졌다.
이 사고로 운전석에 타고 있던 남성 A(82)씨는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동승자 여성 B(76)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맥박이 돌아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 차량은 주행 방향 좌측 측면에서 갑자기 발생한 싱크홀을 피하지 못해 차체가 왼쪽으로 기울며 빠졌다.
당시 해당 차량 양쪽 차선과 앞뒤로 주행 중이던 차량들도 많아 자칫 피해가 커질 뻔했다. 사고 차량 좌측 차선에서 주행 중이던 SUV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가까스로 싱크홀을 피해가기도 했다.
경찰은 복구 작업 등 사고 수습을 위해 싱크홀 인근 차로를 통제했다. 서대문구청은 사고 발생 6시간여 뒤인 오후 5시53분쯤 연희동 싱크홀 사고 교통 통제로 정체 중이라며 우회도로를 이용하기 바란다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차량 통행이 많은 대낮에 서울 한복판 도로가 꺼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사고가 난 도로에 대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실시했지만, 당시에는 공동(땅속 빈구멍)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장마로 지표가 약해졌을 가능성 등을 열어 놓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현장조사는 끝났고 추가 조사를 거쳐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며 "일반적인 싱크홀처럼 하수관 파손, 토사 누출 등이라면 바로 결과가 나오지만 이번엔 다른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연희동 땅꺼짐 사고는 미상의 원인으로 급작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관계 부서·부처,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조사하고, 상황을 파악해 사고 원인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주변 지하 굴착 공사, 하수관거 등 다양한 영향 요인들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