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부족해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 4건을 심리한 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0년 3월 청소년들이 처음 헌법소원을 낸 지 4년 5개월 만이다.
헌법소원 심판은 한국 정부가 탄소중립 기본법과 시행령, 국가 기본계획 등에서 정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가 적정한지가 쟁점이 됐다.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만큼 감축한다',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설정돼 있다.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해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기후 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구인들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담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 기본법)과 시행령, 국가 기본계획 등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해 왔다.
2015년 체결된 '파리 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또는 1.5도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한국 정부가 세운 감축 목표는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 측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40%는 파리 협정에 근거한, 도전적 수준의 목표라고 맞섰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2026년 2월 28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된다. 정부와 국회는 개정 시한까지 헌재 취지를 반영해 보다 강화된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헌재는 다만 정부가 2030년까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이 부분 청구는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