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마지막 인사…"부족한 저 10년간 성원해줘 감사"

해직 교사를 부당채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을 나서며 직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부족한 저를 10년 동안 성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조 교육감은 이날 정오쯤 서울시 교육청 본관 1층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 교육의 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저는 이제 혁신교육을 응원하는 한 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오전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를 부당채용해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교육감은 "세 차례에 걸쳐 저를 선택해 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 깊이 송구한 마음"이라며 "혁신 교육을 함께했던 서울교육공동체 여러분께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해직 교사 부당 특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교육계의 역사적 화해를 위한 조치였으며, 사회정의에도 부합한다는 확신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의 법정에서는 수용되지 않지만,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며 "이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시민으로서의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의 결정은 개인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존중하고 따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 선고와 법률에 따라 서울시 교육감으로 재직한 10년의 역사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해직 교사를 부당채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을 나서며 직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

진보 사회학자 출신인 조 교육감은 2014년 처음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뒤 2018년, 2022년 선거에서도 이겨 내리 3선을 했다. 그는 서울형 혁신학교 추진, 무상급식 확대, 학생인권조례 시행 등 진보적 교육혁신 정책을 펴는 데 앞장서 왔다. 
 
전교조는 "지난 10년, 조 교육감이 학교 민주주의의 성장, 마을과 학교의 협력 강화, 사학의 투명성 강화, 낡은 학력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학교 혁신과 혁신 교육, 특권학교 폐지, 특수교육 강화, 돌봄 등 교육복지 확대, 성평등교육, 인권(노동)교육, 민주시민교육,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교사들의 연구 지원 확대 등을 위해 노력했고 그 성과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사회과학자로서 시대 정신을 읽고 '교복 입은 시민', 학생인권조례, 생태 전환 교육 등을 앞서서 제시한 면들은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지금 서울시 의회가 상당히 보수 지형으로 돼 있어서 학생인권조례 등 건건이 제동이 걸려 막판에는 본인의 뜻을 펼치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아쉬운 부분들"이라고 밝혔다.
 
10년 가까이 서울교육청에 근무 중인 한 장학관은 "조 교육감은 누구보다도 교육에 진심이었고, 서울 교육이 선도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될지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다"며 "우리나라 교육을 확실히 미래 지향적으로 혁신적으로 이끌어간 부분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모 과장은 "조 교육감은 진보 교육감이라고는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것 같고, 업무를 굉장히 균형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저쪽에서도 욕을 먹고 이쪽에서도 욕을 먹는 캐릭터였다"고 밝혔다. "직원들을 줄 세우기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고도 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직선 교육감의 인사권이 법과 공정성보다 우선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직선교육감제 하에서의 자기 사람 보은 인사, 위법·특혜 특별채용을 예외 없이 엄단하고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원의 정치기본권은 확대 보장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현행법상 금지된 특정 후보, 특정 진영을 위한 위법 행위까지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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