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 13.5조원 경공매 쏟아진다…기존 예상치 2배

전체 PF 216.5조원 중 구조조정 대상 21조원
상반기 토담대 연체율 급상승…30%가 부실화
저축은행·상호금융 부실채권 1년새 3~4배 증가
당국 "금융권 손실흡수 충분, 건설·시행사 영향 제한적"

연합뉴스

하반기 경·공매 시장에 나올 부실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규모가 13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높이며 예상한 부실우려 규모는 최대 7조원 수준이었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니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신규 부실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기존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 중 상반기에 악화된 곳들이 늘어난 것이고, 그만큼 금융권의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쌓아뒀기 때문에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PF 1차 평가 결과, 토담대·상호금융 중심 부실 급증

금융감독원 제공

29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총 PF 익스포저(위험노출규모)가 216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PF 익스포저는 PF성 대출과 토지담보대출, 채무보증 금액을 모두 합한 것이다.
   
이 중 지난 6월 말 기준 연체됐거나 연체유예, 만기를 3회 이상 연장한 사업장 총 33조7천억원 규모를 대상으로 금융회사들은 강화된 사업성 평가기준에 따라 1차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으로 잡히는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규모는 총 21조원으로 전체의 9.7% 수준이었다. 다만 유의 7조4천억원, 부실우려 13조5천억원으로 앞서 금융당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부실우려 사업장이 2배 가까이 확대됐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올해 상반기 연체율이 토담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상승한 영향"이라며 "신규 부실이 새로 드러났다기보다는 기존에 연체 상태에 있던 것들이 더 악화돼 경·공매 대상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부동산PF 유형별 1차 사업성 평가결과 현황. 금융감독원 제공
PF 유형별 현황을 보면 본PF의 유의·부실우려 규모는 4조1천억원, 브릿지론 4조원 수준이지만 토담대의 경우 12조9천억원에 달했다. 전체 PF 익스포저에서 토담대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 수준이며, 토담대 사업장(41.8조원)만 놓고 보면 약 30%가 부실화된 것이다.

 
금융업권별 부동산PF 1차 사업성 평가결과 현황. 금융감독원 제공
업권별로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업권의 유의·부실우려 규모가 9조9천억원(전체의 4.6%)에 달해 가장 컸다. 이어 저축은행 4조5천억원(2.1%), 증권사 3조2천억원(1.5%), 여전사 2조4천억원(1.1%), 보험 5천억원(0.2%), 은행 4천억원(0.2%) 순이었다.
   

부실채권 급증한 금융권…당국 "손실흡수능력 충분"

유의·부실우려 여신이 증가하면서 PF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말 5.1%에서 올해 6월 말 11.2%로 6.1%p 상승했다. 특히 업권별로 보면 저축은행의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말 10.9%에서 올해 29.7%로 약 3배 상승했고 상호금융업권은 5.1%에서 19.7%로 4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금융감독원 제공
다만 박 부원장보는 "(고정이하여신비율) 숫자가 크다고 해서 곧바로 저축은행·상호금융업권의 부실로 연결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며 "(업권의)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이런 숫자는 미래의 수익창출능력이나 부실화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는 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6월 말 기준 1차 평가대상(33조7천억원)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6조7천억원이며, 금감원은 충당금 추가 적립에도 불구하고 증자 등을 통해 대부분 업권의 자본비율이 상승하는 등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경공매 원칙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재구조화·정리계획이 원활히 이행될 경우 하반기에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안정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국이 내놓은 경공매 원칙은 3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대상으로 1개월 주기로 6개월 내 공매를 완료하고, 합리적인 최저입찰가를 설정·조정하는 것이다.
   

문 닫는 건설·시행사? "통상적 수준에 그칠 것"

금융당국은 1차 평가 결과가 건설사와 시행사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유의·부실우려 여신(21조원)의 대부분이 브릿지론·토담대(16.9조원)이고 공사가 진행 중인 본PF(4.1조원) 규모는 크지 않아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또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참여중인 시행사의 93.1%는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을 한 개씩만 보유하고 있었다.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이고 이번 사업성 평가 이전에 이미 부실화된 경우가 많아 시스템리스크로 번질 우려는 없다는 분석이다.

박 부원장보는 "매월 비슷하게 도산하거나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업체들은 소규모 있겠지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만한 대형 건설사 문제는 없다"며 "도산이나 회생절차 숫자가 늘어나는 수준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1차 평가를 통해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면서 PF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이 원활히 재구조화·정리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부동산PF 시장의 자금 선순환과 신뢰회복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회사들이 9월 6일까지 재구조화·정리계획을 확정하면 금감원은 9월 말부터 사후관리 이행실적을 매월 점검할 예정이다. 1차 평가대상 이외의 전체 사업장에 대해서도 9월 말 기준으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고 오는 12월부터는 상시평가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2차 평가에서 추가 부실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박 부원장보는 "대부분의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이 이미 이번 평가에 포함돼 추가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1차 평가대상 밖에서 기존 평가기준을 적용해 본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는 2조3천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3조5천억원 규모의 경공매 물량이 일시에 출회되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박 부원장보는 "시뮬레이션 결과 사업장별 대출 만기도래 시점에 따라 출회도 순차적으로 이뤄져 일시에 몰리진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마련한 신디케이트 펀드나 증권업계 펀드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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