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新 국제스케이트장' 정치적 목적 vs 중지 아닌 연기

태릉 국제 스케이트장. 대한체육회

철거가 예정된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대체할 새 빙상장 건립 부지 선정 사업이 돌연 멈춰섰다. 현재 7개 지방 자치 단체가 저마다 유치를 자신하며 새 빙상장 유치전에 뛰어든 상황이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29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 부지 공모 연기' 안건을 서면으로 의결했다. 새 국제스케이트장의 대체지 선정을 전격 유보한 셈이다.
 
체육회는 이사회에서 '태릉 선수촌 체육 문화 단지 조성을 위한 태릉 선수촌 종합 정비 계획, 유산 영향 평가 등의 용역이 완료될 때까지 부지 공모를 잠정적으로 연기하고자 한다'고 해당 안건 상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이사회는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특히 체육회는 태릉 국제 스케이트장 존치를 염두에 두고 연구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용역은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현재 그대로 존치하는 방안을 비롯해 태릉 선수촌 지하에 건립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체육회의 새 국제스케이트장 건립 계획 변경 방침은 사실상 기존 계획을 뒤엎은 것이나 다름없다. 당초 사업 계획 대로라면 4~5월 최종 유치 지자체가 발표됐어야 하지만 체육회는 4월 총선, 7월 파리올림픽 등을 명분으로 지자체가 신청한 부지의 평가 실사를 9월로 미뤘다. 9월이 다가오자 이번에는 아예 사업을 잠정 유보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3월 18일 서울올림픽파크텔 서울홀에서 열린 '체육계 주요 현안과 관련한 기자 회견'에서 새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사업과 관련해 차질없는 사업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외풍에 따른 심사의 공정성 훼손 부분에 대해 염려를 안 해도 된다"면서 "여러 방안을 모색해 최적의 입지를 찾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양주시가 지난해 12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애 온 '국제스피드스케이트장 유치 온라인 서명 운동'. 양주시 홈페이지 캡처

급작스런 사업 계획 변경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새 국제스케이트장 건립 부지 선정 사업이 유보된 것이 알려지자 이 사업 유치 신청을 한 지자체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체육회장 선거 등을 의식해 사업을 유보한 것 아니냐'는 등의 정치적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전에 응모한 지자체는 경기도 3곳(양주시·동두천시·김포시)과 강원도 3곳(춘천시·원주시·철원군), 인천 서구 등 모두 7곳이다. 이들 지자체는 갑자기 사업을 유보한 결정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유치 공모 발표 직후부터 8개월여 공을 들인 7곳 지자체 대다수는 "헛물을 켰다"는 등 허탈해 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 지자체의 새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담당 부서 관계자는 "그동안 밤잠을 설치며 준비해 온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응모에 탈락해도 이보다는 충격이 적을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대한체육회의 결정은 응모 지자체들의 입장을 농락한 것과 다름없다. 정치적인 이유라는 말도 도는데, 대한체육회의 존치 취지에 부합하게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행정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설명회 포스터. 김포시

김포시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포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설명회'를 강행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어제 체육회에서 새 국제스케이트장의 대체지 선정을 유보했지만 이와 관계 없이 김포시는 스케이트장 유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모 지자체의 입장을 고려한 특단의 조치를 대한체육회에 요구한 모양새다.

사업 유보가 정치적 목적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내년 1월 치러지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겨냥한다. 스케이트장 유치에 나선 전국 7곳 지자체 중 낙마한 6곳의 경우 회장 선거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 예상되니 이기흥 회장 입장에서는 대체지 선정을 선거 이후로 미룬 것 아니냐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지자체들의 비판 등과 관련한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사업을 중지한 것이 아니라 연기"라고 전제했다. 이어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현재 그대로 존치하는 방안을 비롯 태릉 선수촌 지하에 건립하는 방안 등에 대한 용역을 진행한다는 것이지, 태릉 선수촌 존치 등의 결정을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사업을 유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 목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 안건 상정 내용대로) 태릉 선수촌 종합 정비 계획 등과 맞물려 부지 공모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응모 지자체 7곳에는 공문으로 관련한 상세 내용을 안내할 계획"이라면서 "지자체 별로 설명을 통해 오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용역 결과 태릉 선수촌 존치 및 지하 건립이 불가하면 7곳 지자체가 응모한 새 국제스케이트장 건립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2009년)에 따라 오는 2027년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3일 전국 226곳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국제스케이트장 유치(건립 부지 선정) 공모 실시를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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