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하는 음악이 기쁨이(Joy)라고 생각해요. 기쁨이는 ('인사이드 아웃'에서) 유일하게 머리 색깔이 파랗고 몸이 노래요. 기쁨에는 기쁨(노랑)과 슬픔(파랑)이 함께한다는 뜻이래요. 저희가 하는 음악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기쁘지만 슬프고, 슬프지만 기쁨과 행복이 같이 있는 인생관을 들려드리는 거죠." (승희)
밝고 건강한 음악, 비애가 느껴지는 서정적이면서 몽환적인 음악. 상반된 느낌의 스타일이지만, 오마이걸(OH MY GIRL)에게는 어느 쪽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더 큰 대중의 반응을 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작인 '살짝 설렜어'(Nonstop) '던 던 댄스'(Dun Dun Dance) '돌핀'(Dolphin) 등이지만 '비밀정원' '다섯 번째 계절'(SSFWL) '불꽃놀이'(Remember Me) '클로저'(CLOSER)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도 '10년 차' 오마이걸을 든든히 지탱한 대표곡이기 때문이다.
9주년을 지나 꽉 채운 10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오마이걸이 '골든 아워글래스'(Golden Hourglass) 이후 1년 1개월 만에 열 번째 미니앨범 '드리미 레조넌스'(Dreamy Resonance)로 돌아왔다. '10년 차'에 '미니 10집'을 내는 재미있는 우연이 겹친 오마이걸을,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났다.
'드리미 레조넌스'라는 앨범명은 '몽환적인 울림, 공명'이라는 뜻이다.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앨범을 "오마이걸만의 몽환적인 콘셉트 정수"를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리더 효정은 "이번에는 '몽환' '아련'을, 오마이걸의 아이덴티티를 다시 한번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준비를 열심히 했다"라고 말했다.
유아는 "시간이 지난 만큼, 지금보다 어렸을 때 오마이걸이 할 수 있었던 분위기와는 다를 것 같다"라며 "좀 성숙해진 오마이걸의 몽환?"이라고 밝혔다. '밝은 에너지'와 '몽환' '콘셉트돌' 등을 오마이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라고 언급한 효정은 "어떤 걸 해야 할까 고민 많이 하다가, 이번에는 그 두 가지를 다 접목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보자고 했다. 위로라는 메시지를 담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몽환이라고 할까"라고 설명했다.
앨범의 메시지로 '위로'를 강조한 계기를 묻자, 유빈은 "저희가 가수라는 꿈을 꾼 건 무대를 좋아해서, 근본적으로는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다. 음악을 통해서 위로를 굉장히 많이 받았고 기쁨도 많이 받았다. 이제는 다시 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라며 "(팬들과 청자에게도) 그런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해 봤다"라고 답했다.
유빈은 '드리미 레조넌스'의 앨범 콘셉트를 잡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인형'을 상징물로 한 방향성을 제시한 유빈에게, 회사도 멤버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그는 "회사랑 미팅 많이 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제가 낸 의견이 채택됐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앨범으로 전해드리고 싶었던 게 여러분들께 드리는 위로다. 제 경험담에서 시작된 건데 애착 물건, 애착 인형이 있지 않나. 아무에게도 못 하는 비밀 얘기와 슬픔을 나누고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른 분들께도 우리 음악으로서 (그런 경험을) 공유해 드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새 앨범은 '아직' 여름인 지난 26일 발매됐다. 여름과 어울리는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이 아닌 신곡을 내는 것에 부담은 없었을까. 효정은 "고민 많았다.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곡이 '돌핀' '던 던 댄스' '살짝 설렜어' 등이어서, 이번에도 여름과 가을에 걸쳐서 나오는데 '이게 오마이걸스러운 건가?' 고민이 많았다. 근데 저희가 10년 차이기도 하고 팬분들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힐링을 좀 드리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몽환적이면서 성숙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가져온 배경이다.
타이틀곡 '클래시파이드'(Classified)는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한 팝 댄스곡으로 피아노, 오케스트라, 신스가 어우러진 조합이 인상적이다. '나의 인형'(안녕, 꿈에서 놀아)의 답가 형식 가사로, 나쁜 꿈을 꾸지 않도록 밤새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인형이 된 이야기를 가사로 표현했다.
승희는 '클래시파이드'를 두고 "저희 다 지금까지 받았던 타이틀곡 중에 제일 좋다고 했다"라고 소개했다. 유아는 "느낌이 가장 좋았고, '어, 이거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전체적으로 많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이 곡으로 가져갔다"라고 거들었다. 유빈이 곡의 전반적인 콘셉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도 타이틀곡 선정에 도움이 됐다고, 유아는 덧붙였다.
'이게 우리다운 건가?' 고민했다고 털어놓은 오마이걸. 오마이걸이 생각하는 '오마이걸다운 음악'이란 무엇일까. 유빈은 "저희가 한 가지 음악성을 가지고 방향성을 가지고 출발한 팀은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고 싶고 콘셉추얼한 것도 해 보고 싶었던 팀"이라고 답했다. "저희가 하는 음악이 저희다운 거 같다"라며 "으하하하" 하고 웃은 유빈은 "어떤 음악이든지 저희답게 소화할 수 있는 팀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 중 오마이걸의 폭을 넓혀준 실험적인 곡이나 앨범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유아는 '윈디 데이'(Windy Day)를 꼽았다. 유아는 "'윈디 데이'를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데, 지금 들어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활동과 곡"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유아는 "독특하다. 밝지만 서정적이고 개성도 가진 곡이어서 이 노래가 좀 저희다웠고 지금도 생각나는 곡인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저도 하나 있다"라고 한 미미는 "그것은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라고 해 폭소를 유발했다. 그 노래를 좋아한다는 일부 취재진 반응에 미미는 "좋죠?" 하며 "저는 그 노래를 듣고 안무를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좋았다. 세 멤버(승희·유빈·아린)가 한다고 했을 때 찰떡 콩떡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미미는 "그때 '비밀정원'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불꽃놀이'(Remember Me)까지 세 곡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다채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오마이걸이 '뭔가를 해야 한다'라는 게 없었던 시기 같다.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바라봤다.
오마이걸은 새 앨범 '드리미 레조넌스'에서 좋아하는 곡도 답했다. 가장 먼저 미미는 타이틀곡 '클래시파이드'를 고른 후 "팬분들이 제일 원하셨던 콘셉트였던 것 같아서 반응도 굉장히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유빈은 '헤븐리'(Heavenly)를 든 후 "승희 언니 코러스로 시작하는데 그 부분이 그냥 듣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이번 앨범에서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이구나 알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효정은 "오마이걸의 밝고 청량한 에너지가 가득한 곡이다. 멤버들과 안무 합을 맞추고 무대 하면서도 멤버들한테 힐링 받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자 "청춘의 노래"로 '스타트업'(Start Up)을 추천했다. 유아는 "효정 언니랑 같이 부른 '러브 미 라이크 투 두'(Love Me Like To Do)"라며 "언니가 어떤 생각을 갖고 이 가사를 썼는지가 되게 뭉클하게 다가왔고, 언니 작사 노래에 함께 섞여서 노래 부를 수 있었던 게 엄청 좋은 추억"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승희는 미미와 같이 부른 '라라라라'(La La La La)를 꼽은 후 "하지 않았던 조금 힙한 장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숨소리 같은 창법이 많이 들어갔고, 미현이(미미의 본명)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흐르듯이 부르는데,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아린은 "유빈 언니랑 듀엣을 한 '스웨이'(Sway)(YOU & I)라는 곡이 있다. 듀엣을 유빈 언니랑 하는 게 처음인데 제가 '스웨이'라는 곡에 꽂혔다"라며 "저희가 막내 조합이다 보니까 귀엽고 상큼한 곡을 할 거 같다고 기대하실 거 같은데, 그 반대로 조금 성숙하고 알앤비가 들어간 곡을 하면 좋을 거 같아서 이 곡을 골랐다"라고 답했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은 오마이걸. 사이좋게 지내며 팀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효정은 "저희 각자의 선을 잘 지키는 게 비결인 것 같다. 뭔가 멤버들끼리 힘듦이 있어도 서로 피해 주지 않으려고 살짝 피해 있다든가… 긍정적인 기운은 같이 퍼뜨려주고 부정적인 기운은 숨긴다"라고 말했다.
효정은 "멤버들끼리 큰 일을 만드는 걸 잘 못 한다. 소심하고, 성격상 뭔가 무슨 일이 있을 때 서운한 게 있어도 그때그때 살짝씩 약간씩 말하면서 풀지, 퍼뜨리거나 터뜨리거나 하는 성격이 아닌 거 같다. 오마이걸은 뭔가 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갔던 거 같다. 실이 엄청 엉키면 못 풀어내지 않나. 오마이걸은 애초부터 (실이) 뭉치지 않았던 거 같다. 잘 풀리는 실들이 모인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멤버들이 사회생활을 안 해보고 데뷔했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22살, 갓 사회생활 조금 해 보고 데뷔했기 때문에, 사실 저희끼리 (팀 활동하면서) 사회생활 처음 해 본 거예요. 밖에서 부딪히면서 서로서로 알려주면서 서로에게 선생님이 되어주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멤버들이 혼자서도 우뚝 설 수 있는 강한 존재지만, (전에는) '얘 혼자 나가면?' 걱정되기도 하고 '우리 애가 혼자 할 수 있을까' '나 혼자 괜찮을까' 했죠. 지금은 멤버들 너무 자랑스럽고 큰일 너무 잘 해내니까 멋지고요." (효정)
데뷔했을 때만 해도 "3년도 되게 까마득하다"라고 생각했다는 승희는 "10년 차 때는 콘서트도 하고 투어도 하고 다른 선배님처럼 정규앨범도 내고 몇 집까지 앨범도 내고 히트곡도 막 갖고 있는 가수가 되어야지 했는데, 어느 정도 조금 이렇게 이룬 거 같아서 너무 좀 행복하고 너무 감사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오마이걸로서 목표치는 위에 두고 꿈을 좇고 있어서 아직은 반 정도 왔다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꿈은 '월드 투어'와 '돔 투어'라고. "세계적으로 오마이걸 에너지를 많이 퍼뜨리고 싶어요." (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