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12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에너지 사업자로서 역할도 강화해 수소 사회 전환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28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현대차의 새로운 중장기 전략인 '현대 웨이'(Hyundai Way)를 공개했다. 오는 2030년 제네시스 포함 연간 555만대의 판매량을 올린다는 목표로, 특히 글로벌 사업장에 생산시설을 지속 확장해 100만대의 생산능력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전기차 모델은 2030년 200만대를 판매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약 36%를 채우고, 그중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 69만대·유럽에서 46만7천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이같은 '현대 웨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현대차의 핵심 역량을 의미하는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Hyundai Dynamic Capabilities)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했던 생산유연성 중심의 '현대 모터 웨이'(Hyundai Motor Way)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하이브리드·전기차 풀라인업 구축
우선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증가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대형·럭셔리 차급까지 기존 7차종에서 14차종으로 확대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또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TMED 대비 성능과 연비가 대폭 개선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를 2025년 1월부터 양산 차량에 적용한다. TMED-Ⅱ는 기존 시스템과 동등한 수준의 원가를 유지하면서도 성능과 효율을 향상시켜 출력·연비 면에서 경쟁사 시스템 대비 우위를 확보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대폭 확대해 오는 2028년에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 계획 대비 40% 정도 증가한 133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전동화 속도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두번째 방안으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선보인다. EREV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각각 적용한 차량으로, 전기차처럼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독자적인 신규 파워시스템 개발을 통해 2개의 모터로도 사륜구동이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현대차는 기존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고 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 용량은 약 30% 축소함으로써 동급 전기차 대비 EREV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EREV에 전기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주행 상품성을 적용하고 완충시 900㎞ 이상 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등 EREV가 전동화 전환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REV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한다.
이같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EREV로 시장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전동화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형 EV에서부터 럭셔리·고성능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전기차 모델을 21개까지 확대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장재훈 사장은 "전동화 시대의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뿐 아니라 럭셔리·고성능 모델까지 모든 전기차 라인업을 가장 빠르게 선보인 독보적인 기업"이라며 "과거부터 축적해온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혁신을 위한 도전 등 강점을 기반으로 현대차는 계속해서 앞으로 다가올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역량 강화로 전기차 경쟁력 확보
배터리 역량 강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현대차는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전기차 등 유일하게 배터리 시스템 전 라인업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으로서 내재화된 배터리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배터리 셀 경쟁력을 높이고, 배터리 안전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고객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신규 개발해 고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보급형 NCM 배터리는 니켈 비중을 조정함으로써 기존 NCM 배터리 대비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 개선도 지속해서 추진하며 2030년까지 20% 이상 에너지 밀도를 높일 계획이다.
배터리 안전 관련 기술의 고도화도 꾸준히 추진한다. 현재도 적용돼 있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배터리 이상 사전진단 기술을 더욱 강화하고,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 구조 확보에도 힘을 쏟는다. 특히 외부 충격 등으로 배터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배터리 셀 간 열전이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기술력 고도화로 이동 경험 혁신
현대차는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 실행을 위한 상세 전략으로 '모빌리티 게임체인저'(Mobility Game Changer)를 제시하면서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개발과 다양한 모빌리티 신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현대차는 그 일환으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안전하고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의 구현이 가능하도록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과 동시에 자동으로 AI 모델을 학습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또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자율주행 차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자율주행 컴퓨팅 하드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는 자율주행 차량의 인지-판단-제어를 일괄 수행하는 'End-to-End 딥러닝 모델'을 구현하고, 향후 주행중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레벨 4까지 확장 가능한 솔루션으로 이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수소기술 역량 강화로 수소사회 전환 매진
'현대 웨이'를 추진하기 위한 또 다른 축은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에너지 모빌라이저'(Energy Mobilizer) 전략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로 전환되는 시기에 준비된 에너지 사업자로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오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폐기 등 전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0) 달성이 목표다. 앞서 현대차는 올초 열린 CES에서 'HTWO'를 공개하고 수소 솔루션을 발표한 이후 각종 실증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의 공식 친환경 상용트럭 공급사로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를 공급했다. 이밖에도 글로비스 아메리카와 협력해 조지아주 신공장 'HMGMA'에 친환경 물류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올해 말까지 도입하고, HMGMA를 중심으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10년간 120조원 투자…영업이익률 10% 달성
현대차는 '현대 웨이' 실행과 지속적인 수익 창출·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대를 위해 2024~2033년까지 10년 동안 120조5천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하는 내용의 중장기 재무 전략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10년간 △R&D 투자 54조5천억원 △설비투자 51조6천억원 △전략투자 14조4천억원 등 계획을 공개하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와 실행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현대 웨이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현대 웨이 상세 전략별로 보면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 실행에 전체 투자액의 77%에 달하는 92조7천억원이 투입된다. 이중 R&D 투자가 37조4천억원, 설비투자가 50조8천억원이다. 이를 통해 전동화 전환기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차세대 하이브리드 및 EREV 모델 개발 그리고 배터리 경쟁력 확보 등을 추진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게임체인저'(Mobility Game Changer)' 전략에는 22조1천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SDV 전환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와 같은 신사업 추진도 뒷받침한다.
'에너지 모빌라이저'(Energy Mobilizer)' 전략에는 5조7천억원을 투자하고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수소 밸류 체인의 사업화를 위한 외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수소 생태계를 구축에 나선다.
현대차는 "현대 웨이를 통해 중장기 시기별로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하면서 전기차 성장 둔화기를 극복하고 영업이익률은 점차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EV의 수익성을 모두 개선해 2030년에는 연결 기준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