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떠나는 외국인, K배터리 '줍줍'…주가도 '껑충'

코스피 1.8조 매도…LG엔솔 1400억·SK이노 115억 순매수
LG엔솔 16%·SK이노 5% 주가 상승…상반기와 정반대 포지션
벤츠 전기차 화재 후 배터리 정보 공개…투자심리 영향 준 듯
"中日 업계보다 고평가…밸류에이션 여전히 부담"

연합뉴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여파로 주식시장에서 소외됐던 국내 배터리 업계에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가 살아나고 있다. 돌아온 외국인에 힘입어 배터리 업계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LG에너지솔루션에 1411억원과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에 115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 8013억원을 순매도했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코스피에 24조 7438억원 투자하면서도 국내 배터리 3사를 꾸준히 팔았다.
 
이 기간 삼성SDI는 외국인 순매도 2위를 기록했다. 시장에 쏟아진 외국인 거래대금만 1조 8619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서 각각 2445억원과 2056억원을 회수했고, 해당 종목은 외국인 순매도 8위와 12위에 올랐다.
 
외국인과 함께 기관도 팔자에 나서면서 삼성SDI(-32.31%)와 LG에너지솔루션(-24.21%), SK이노베이션(-25.73%)의 주가가 폭락했다.
 
이처럼 상반기 코스피에 대규모의 투자를 하면서도 배터리에 등 돌렸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포지션을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기관 역시 매수세로 돌아서며 이달에만 주가가 LG에너지솔루션 16.2%, SK이노베이션 5.37% 각각 상승했다. 삼성SDI의 경우 이달에도 외국인의 순매도(-911억원)가 이어졌지만, 기관이 물량을 소화(690억원)하며 주가가 5.79% 올랐다.
 
지난 1일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국내 배터리 3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외국인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불이 난 벤츠 EQE350+가 중국의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후 완성차 업계가 공개한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대부분이 국내 3사의 배터리를 채택했다.
 
다만 국내 배터리 3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지난해 3분기 이후 30%를 밑돌면서 수요 둔화가 계속되는 탓이다.
 
또 국내 배터리 3사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iM증권 정원석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이차전지 셀과 소재 업체의 PER(주가수익비율)을 비교해 보면, 중국과 일본 업계 평균이 10.9배에 불과한 것에 비해 국내 업체 평균은 29.7배 수준에 달해 지난 5월 말보다 차이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업체가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대부분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 변화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북미 시장 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