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 예산쓰고 사용 시각도 깜깜이" 구의원 업무추진비 살펴보니

부산 사상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서 수상한 항목 발견
'참석인원 10명에 30만 원' 사용 항목 수십 차례 반복
구의회, "1인당 제한금액 탓 딱 떨어지는 금액 나와" 해명
부산 16개 구·군 기초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결제 시간 비공개
상호명 '00술집'서 간담회…"일반음식점이라 문제없어"

부산 사상구의회. 박진홍 기자

부산의 한 기초의회가 근거 없는 업무추진비를 편성해 논란이 된 가운데[관련기사 8.19 CBS노컷뉴스= '구의원 쌈짓돈 마련?' 근거없는 윤리위원장 업무추진비] 해당 기초의회가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깜깜이식 밥값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물론 예산 활용 목적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가 하면 규정상 사용이 금지된 곳에서도 예산을 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부산 사상구의회가 공개한 올해 의장단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보면, 특정 금액에 동일한 인원수를 기입한 수상한 사용 내역이 수십 차례 남아있다.

사용 내역이 공개된 6월까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식사 자리에 '10명이 참석해 30만 원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무려 32건에 달했다.

사용내역에는 사용처에서 결제한 금액을 있는 그대로 기입해야 하지만,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할 것 없이 각기 다른 사용처에서 수십 차례 정확히 30만 원을 결제해 큰 의문을 남긴다.

사용처는 대부분 지역 내 고깃집과 횟집 등 식당으로, 지역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대다수 항목에 구체적인 사업명이나 지역현안의 내용, 참석한 인원의 소속 등을 전혀 기입해두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부산 사상구의회가 공개한 의장단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일부. 참석 인원 10명에 30만 원을 사용한 내역이 반복되고 있다. 부산 사상구의회 제공

사상구의회는 1인당 제한 금액을 맞추다보니 딱 떨어지는 금액이 나왔을 뿐 부정하게 사용한 내역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 사상구의회 소속 A의원은 "1인당 3만 원으로 식사 금액이 정해져 있는데, 현실적으로 식사자리에서 이 금액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정해진 금액을 넘길 경우, 제한선까지만 업무추진비로 계산을 하고 나머지는 자부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상구의회 소속 B의원 역시 "사전에 업무추진비 계획서를 제출하고 그대로 집행하다보니 참석인원이 당일 바뀌어도 내역에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참석인원이 10명보다 더 늘어나 금액이 조금 더 나와도 1인당 제한 금액에 맞춘 만큼만 업무추진비를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같은 규정에 따라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 있는 부산 내 다른 기초의회 가운데 사상구의회만큼 빈번하게 이러한 형태의 사용 내역을 보이는 곳은 없어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사상구의회는 부산 16개 구·군 기초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업무추진비 결제 시간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깜깜이식으로 업무추진비가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은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에 해당하는 비정상적 시간대에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사상구의회를 제외한 부산 기초의회들은 날짜와 함께 정확한 결제 시간을 공개하고 있지만 사상구의회는 사용 날짜만 공개하고 있다.

사상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위)과 금정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사상구의회 사용내역에 승인 시간이 포함되지 않은 걸 확인할 수 있다. 부산 사상구의회, 금정구의회 제공

사상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서도 '사용일시'가 포함된 사용내역을 지출건별로 공개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정한 규칙조차 지키지 않는 셈이다.

상호명부터 '술집'이 들어가는 주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규정상 주류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업종에선 업무추진비 사용이 제한되지만, 사상구의회의 모 의장단 인사는 지난 5월 집행부 공무원과의 간담회를 'OO술집'에서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장소는 지도에도 '일본식 주점'으로 등록되어 있다.

사상구의회 관계자는 "집행목적에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밝혀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대부분 현안 사업이라고만 작성하고 있다"며 "또 명칭에 '술집'이 들어갈 뿐 일반음식점으로 되어 있어 사용이 가능하다. 규정에서 금지하는 주점에서 사용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제 시간 공개는 내부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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