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정갈등' 대안으로 '尹 차별화'…당정갈등 고조

'韓, 의정갈등 절충안 제안했지만 용산에서 거부' 알려져
27일 공개 반감, 28일 당론 결집 이어 30일 尹 대통령과 만찬
'韓, 김경수 복권 반대'와 흐름 유사…당정 갈등 '의도적' 공개?
한동훈 팬덤 중심으로 '尹비판 → 與 지지층 전반 확산' 반복
韓, 팬덤 활용한 尹 차별화로 집토끼 노리나…尹 뛰어넘기 전략 행보
효과 보여…영남 등 보수층 중심으로 尹지지율↓-韓지지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여당에서 '의정갈등' 해결 방안을 대통령실에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한동훈 대표 취임 후 '김경수 복권(復權) 반대'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당정 '불협화음'이다. 비대위원장 시절 '명품백' 문제와 전대 출마 과정에서 공약한 '채 상병 특검안 발의' 등까지 포함하면 벌써 여러 차례 당정 갈등을 빚게 됐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에서 유예를 두자는 한 대표의 대안은 실질적인 '의료대란' 대책의 성격과는 별개의 정치적 노림수도 있어 보인다. 지난 25일 당정협의회 현장에서 제안한 뒤 거부됐고, 이 같은 사실이 26일 공개됐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27일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라고 공개 발언했다. 28일에는 한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 보건복지위원들을 소집해 당론을 가다듬을 예정이고, 30일에는 윤 대통령과의 만찬이 예정돼 있어 향후 당정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대표의 공개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안을 제시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뜻이 옳음을 강변한 '반격(反擊)' 성격이다. 이는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당이 떠안게 될 부담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한 대표의 '전략적' 선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의 정치적 도전의 배경에는 그를 지지하는 '팬덤'이 존재한다. '당정 갈등 공개 → 한 대표 팬층의 대통령 비판 → 지지층 전반으로 확산'의 과정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보수층 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팬덤을 적극적으로 활용,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63%의 압도적 지지로 당권을 잡았지만, 원내 의원들 사이에선 세(勢)가 붙질 않자 팬덤을 활용해 '여론전'을 편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전통 지지층 사이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여당 지지율은 상승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관측됐다. 한 대표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이 굳어질 경우 한 대표의 차별화 전략은 점차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 역시 속도 조절을 하다가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될 때 추진함으로써 중도 외연 확장용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집토끼 후 산토끼'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뛰어넘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韓, 의정갈등 절충안 제안했으나 용산이 거절…알려지자 尹 성토↑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2025년에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에는 2025년에 현원 3000명의 수업미비로 인해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여러 의견을 정부와 나눈 바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대표의 제안은 정부로부터 거부당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날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 결정대로 유지하되, 내후년도 의대 정원 확대는 일단 보류하고 재검토하자는 취지로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에서 "정부의 방침에 변화는 없다"며 못 박았다는 것이다.

통상 당정 간 정책에 대한 찬성·반대 등 의견 교환은 물밑에서 비공개로 이뤄지지만, 이례적으로 그것도 '불협화음' 모양새가 외부로 공개된 셈이다. 이는 지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에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을 때와 유사하다. 당시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당 안팎에서도 한 대표가 굳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에 의문을 나타내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복권하자 국민의힘 게시판에는 대통령을 성토하는 글이 수십 개씩 쏟아졌다. 자연스럽게 '한 대표가 대통령이 친 사고를 수습하려고 애쓰지만 대통령이 고집을 부린다'는 프레임이 확산했다. 특히 김 전 지사 복권 이슈는 전통 지지층을 자극하는 이슈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여당의 의정갈등 절충안이 대통령실로부터 거부당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지층 사이에서 대통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 대표의 '팬덤'이 존재하고 있다.

'尹 비판 여론전'에 한동훈 '팬덤' 적극 역할

연합뉴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팬덤을 적극 활용해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을 겨냥,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과거 팬덤을 활용했던 정치인들은 대부분 중도에서 시작해 우클릭 또는 좌클릭으로 확장을 시도했다면, 한 대표는 거꾸로 팬덤을 통해 지지층을 먼저 장악하고 추후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세력이 약한 한 대표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을 생중계하자고 제안한 것의 배경에도 실제 목적은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영수회담에서 15분간 준비해 온 종이를 읽어 내려간 모습을 연출한 것은 오직 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했던 것"이라며 "회담을 생중계로 하자는 것 자체가 중도 확장성보다는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내기 위함이다. 한 대표도 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내기 위해 생중계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이 대표의 '먹사니즘'(먹고사니즘)에 대항해 내세웠던 '격차 해소'는 구체화가 덜 된 모양새다. 아직 '한동훈표 정책'으로 대표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 대표가 밀고 있는 대표적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이지만, 이 또한 윤 대통령이 먼저 띄운 데다가 이재명 대표도 유예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면서 색깔이 애매해졌다. 특히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있어, '격차 해소'와는 거리가 멀기도 하다.

다만 최근 6선으로 당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을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또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고동진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앉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 뻗어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당내 장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들을 통한 외연 확장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영남 등 보수층 중심으로 尹지지율 하락, 與지지율은 상승

실제 최근 한 대표의 집토끼 집중 전략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는 반면, 여당 지지율은 상승한 것이다. 특히 전통 지지층인 '영남권·70대 이상'에서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커진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9~23일 전국 성인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0.7%p 하락한 30.0%를 기록했다. 이는 취임 초인 2022년 8월 첫째 주에 기록했던 리얼미터 조사의 역대 최저치(29.3%)에 근접한 수치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대구·경북(2.9%p), 부산·울산·경남(5.2%p), 70대 이상(3.7%p), 보수층(5.8%p) 등 전통 지지층에서 상승했다.

반면 같은 업체에서 22~23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6.0%p 상승한 37.0%를 기록했다. 이때 지지율 상승은 대구·경북(12.5%p), 70대 이상(2.5%p), 보수층(3.7%p) 등이 이끌었다.

두 조사 모두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대통령 지지율 조사의 경우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였고, 정당 지지율 조사의 경우 2.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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