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공포' 확산…"최소 40곳 중·고교서 피해 확인"

전교조 "SNS상 피해 학교 명단 토대로 점검 실시"
"40개 중·고교서 실제 피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
SNS엔 '피해학교 지도'까지 등장
맘카페엔 '공포 확산'…"자녀 사진 지워라"
尹 "디지털 성범죄 뿌리뽑아야"…경찰, 특별단속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딥페이크 관련 대화. 독자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 합성으로 손쉽게 음란물을 만드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학교 공간 등 곳곳에서 확산하면서 사회적 불안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도는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명단을 토대로 실태 조사에 나선 한 교직원 단체는 최소 40곳의 전국 중·고교에서 교사나 학생들의 피해가 실제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가운데, 경찰은 내년 3월말까지 대대적인 특별단속을 이어갈 것이라며 딥페이크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긴급 실태 점검…"전국 중·고교서 실제 피해사례 확인"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도로 퍼진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학교 명단'에 포함된 전국 초·중·고교를 지난 26일부터 점검한 결과 최소 40곳의 중·고교에서 실제 피해가 있는 것으로 1차 파악됐다고 전날 밝혔다.

전교조 관계자는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명단에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긴급 점검을 한 결과 학교 선생님 또는 학생들의 피해가 실제로 있었다고 확인된 곳은 최소 40곳"이라며 "피해 사례 상당수에 대한 수사가 이미 시작됐지만 짧게는 몇 달에서 거의 1년 넘게 수사 진척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전교조에 따르면 비수도권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의 경우 가해 학생이 교사의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실명과 전화번호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1년 반 가까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는 사이 해당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음란 메시지를 받는 등 2차 피해를 겪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교사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가해 학생이 특정됐지만, 학생과 교사를 분리 조치하기 위한 교권보호위원회가 소집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교조 조사 결과 파악됐다.

전교조 관계자는 "(40곳 학교에서) 대부분 조합원인 교사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며 "실제로는 학생 대상으로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 딥페이크 피해는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교조는 이날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해 오는 29일 최종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SNS서 '피해학교 지도'까지 등장…맘카페 "사진 지워라"

전교조가 SNS에서 돌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학교 명단'에 포함된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최소 40곳의 중·고교에서 실제 피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27일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딥페이크맵 캡처

SNS에는 전국 지역·학교별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제보 등을 바탕으로 전국의 '딥페이크 피해학교 지도'를 만드는 계정도 만들어졌다.

엑스(X, 옛 트위터) 이용자 '딥페이크맵'은 전날 오전 8시 52분쯤 '딥페이크 실시간 현황 정리'라는 게시글을 올리고 '딥페이크 피해학교 지도'로 연결되는 링크를 공유했다.

해당 이용자는 딥페이크 피해학교 관련 이메일 제보 등을 통해 파악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도를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피해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전날 오후 9시 30분 기준 전국 초·중·고등학교 545곳이 지도에 표시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 관계자는 "해당 지도에 표시된 학교 중 약 40곳이 실제 전교조에 접수된 피해 학교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딥페이크 피해학교 지도'에 있는 경기도 A고등학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4명의 피해사례를 접수했다"며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된 화면 캡처본 등 사례 증거를 수집 중이고, 학교전담경찰관(SPO)과 논의했다. 증거자료가 수집되는 대로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피해자는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교 공간에까지 '딥페이크 성범죄'가 스며들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혹시나 '내 사진 혹은 내 자녀 사진도 악용된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학부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를 중심으로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충청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맘카페에는 "SNS뿐만 아니라 졸업사진, 증명사진 등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심각하다", "아이들 사진 다 지우고 있다" 등의 게시글이 쏟아졌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지역 맘카페에는 "아, 진짜 딸 키우기 힘든 세상이다. 집에서 꼭꼭 숨겨서 키울 수도 없고",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딸을 키우느냐. 내 자식 얼굴 사진 단도리 한다고 될 게 아니라 촉법소년 없애고 처벌 제대로 해야 한다" 등의 걱정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尹 "철저한 수사" 지시…경찰, 오늘부터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단속

연합뉴스

학생 뿐 아니라 여군(女軍)을 대상 삼은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공유방이 SNS에서 운영됐던 정황이 포착되는 등 피해 우려가 연령·영역을 가리지 않고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단순 장난'이라 둘러대기도 하지만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해당 성범죄를 규정했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경찰청은 같은 날 '딥페이크 성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7개월간 특별 집중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단속 기간은 28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다.

경찰 관계자는 "시‧도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단속해 나갈 예정이며, 딥페이크 제작부터 유포까지 철저히 추적, 검거함으로써 피의자 등을 발본색원할 예정"이라며 "또한 경찰청은 시‧도경찰청과 긴밀히 협업하는 가운데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분석, 국제공조 등 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집계 자료를 보면, 허위영상물 관련 범죄 발생 건수는 올해 들어 7월 기준 297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엔 156건,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이런 범죄의 중심에 있다는 의미의 통계도 나왔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해당 범죄 관련 전체 피의자(178명) 가운데 131명(73.6%)이 10대였다. 2021년엔 51명(65.4%), 2022년 52명(61.2%), 지난해 91명(75.8%)으로 매해 늘었다.
 
경찰은 IT기기에 익숙한 청소년들의 범행 우려가 커진 만큼 학교전담경찰관(SPO)를 통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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