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에서 나온 안세영(삼성생명)의 작심 발언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규정 개정 의사를 밝혔다.
협회 김택규 회장은 27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안세영의 의견을 토대로 가능한 한 규정에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회장 취임 전부터 이어온 관습적인 규정, 예컨대 국가대표 선발과 후원 계약 등과 관련해 선수가 국가대표 생활을 편하게 하도록 개정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지난 5일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뒤 협회와 대표팀 운영에 대해 비판 의견을 냈다. 또 대표팀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협회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문체부가 규정에 어긋난 구성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럼에도 협회는 1차 조사위를 열어 대표팀 김학균 감독과 성지현, 이경원 코치를 불러 진상을 파악했다. 다만 안세영이 문체부의 문제 제기 등을 이유로 협회 조사위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문체부가 다시 시정 명령을 내려 조사위는 잠정 중단됐다.
개선 사항에 대해서는 단서를 달았다. 김 회장은 "우리 협회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종목 단체들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면서 "국회나 문체부, 대한체육회 등 개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맞춰서 규정을 손볼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문체부는 정부 사업인 승강제 리그와 관련해 협회의 셔틀콕 구매에 이면 계약을 통해 30%를 추가로 받아 임의로 배분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접수해 조사 중이다. 또 김 회장이 협회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일부는 부인했고, 일부는 시인했다. 셔틀콕 구매와 관련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지만 욕설과 폭언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김 회장은 "협회 공식 후원업체인 요넥스로부터 정가보다 싼 원가에 셔틀콕을 구매했다"면서 "이후 어려운 생활 체육 상황을 고려해 30%를 추가로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고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생활 체육 대회를 많이 하는 시도협회에는 셔틀콕을 많이 배정했고, 그렇지 않은 협회에는 적게 배분했는데 자료를 문체부에 그대로 제출했다"면서 "변호사로부터 법리 해석을 거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욕설, 폭언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김 회장은 "전남 소완도에 협회 워크숍을 갔는데 겨울이라 날씨가 추웠다"면서 "그런데 시도 협회장들이 밖에서 떨고 있고, 당시 행사에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운영에 차질이 빚어져 거친 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이 상처를 입었다면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김 회장은 최근 자신과 관련된 의혹은 협회 내부의 알력 다툼 속에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협회 이사회 절반 이상이 엘리트 체육 인사들인데 논란이 됐던 임원의 비즈니스석 이용에 무관치 않은 인물들도 있다"면서 "이사회에서 회장 의견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