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이 예전 활약했던 중국 상하이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현역 은퇴를 앞둔 시점인 만큼 스포츠 행정가보다는 지도자의 꿈이 더 크게 자라고 있다.
김연경은 27일 중국 상하이 팀 전지 훈련에서 배구 기자단과 만나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 시즌 각오는 물론 은퇴 후 진로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내놨다.
상하이는 2017~2018시즌 중국 리그에서 김연경이 뛰었던 곳이다. 김연경은 당시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에서 활약한 뒤 V리그 컴백 직전 시즌인 2021~2022시즌에도 상하이에 몸담았다.
김연경은 "전지 훈련 예정지가 일본이나 국내도 있었는데 단장님께서 '중국 상하이는 어때?'라고 물어보셔서 제가 '괜찮다'라고 해서 오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 묵고 있는 호텔도 예전 상하이에서 선수 생활할 때 좀 묵기도 했던 곳이라 저는 약간 고향에 온 느낌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현지 훈련장 입구에는 김연경이 상하이에서 뛰었던 당시 사진이 여러 장 전시돼 있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사진을 변경해놨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예전 사진들을 많이 걸어놨더라"면서 "그래서 여기 상하이 단장님께 '사진 안 바꿨냐' 물어보니 '김연경 사진은 영원히 안 바꾼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김연경은 "근데 또 모르죠. 내년에 왔을 때는 바뀌어 있을지도"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연경은 비시즌 동안 다양한 활동을 했다. 자신이 설립한 KYK 파운데이션 주도로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렀고, 국제배구연맹(FIVB)이 선정한 12인의 홍보 대사 자격으로 2024 파리 올림픽도 다녀왔다.
선수 이후의 삶을 서서히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다양한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긴 한데 최근 우선 순위가 좀 바뀌긴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은퇴 이후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예전엔 가장 아래에 있었다면, 최근 들어 현장에서 선수들을 직접 가르치고 팀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김연경은 "원래는 배구 행정가, 스포츠 행정가로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게 더 위였다"는 입장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도 도전했던 이유다.
하지만 김연경은 "요즘 들어서는 현장에서 바꿀 수 있는 것들도 좀 많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달라진 생각을 전했다. 다만 "물론 이런 제 생각에 대해서 주변이나 측근들은 맹렬하게 반대를 하곤 한다. 그 반대가 꽤 크다"고도 귀띔했다.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에 대해 김연경은 "신경쓰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오히려 주변에서 '지도자로 잘해봐야 본전이다'고 많이 얘기한다"면서 "선수 때 쌓은 명예나 평판을 왜 지도자를 하면서 깎아먹으려고 하느냐며 주변에선 얘기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안 하고 싶진 않다"고 도전 의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