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이 아닌가벼'…은행들, 가계대출 어찌하리오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려왔던 은행들이 이자장사 비판을 받자 추가적인 대출 옥죄기로 방향을 틀었다.

갈아타기와 갭투자를 막더니 개인별 한도를 줄여 대출 취급 총량을 바짝 관리하는 '새 답안지'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모양새다.

은행들의 입장에서 가계대출을 억제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다.

앞서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시중은행들은 거꾸로 대출금리를 올려왔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최근 두 달 내 상향 횟수를 더하면 약 20차례에 달했다.


그래도 가계대출이 줄지 않자 금융당국의 질타를 받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의 수익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은행권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19개 은행장들과 첫 공식 간담회 자리였다.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더 센 개입' 발언 이튿날 은행들은 즉각 반응했다. 대출 만기 축소와 한도 제한 등 대출 줄이기 2차 방침을 내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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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수도권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일괄 축소했다. 주택을 담보로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하는 한도도 1억원으로 낮췄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5천만원으로 제한했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2일부터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또, 대출 모집 법인 한도 관리를 강화해 법인별 월 한도를 2천억원 안팎으로 유지한다. 갭 투자를 막기 위한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제한하고,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가입도 막는다. 

신한은행은 바로 이날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은행들은 이 역시 부담이라고 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 역시 은행들로서는 계획한 것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게 되니 고객들로부터 상당한 민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청개구리'가 된 카카오뱅크에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날 주담대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경은 역시나 가계대출 관리 차원이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대출 수요가 몰리는 걸 막겠다는 나름의 궁여지책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주담대 잔액 증가폭이 2조 6450억원이었지만, 2분기에는 이미 65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가계대출 관리모드의 일환이라는 게 카카오뱅크 쪽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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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출금리는 '청기 백기 게임'을 벌이고, 한도 축소가 맞는 방향인지 또 다시 금융당국의 눈치보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달 또다시 주담대 증가폭이 역대 최대 기록을 쓸지 주목된다.

5대 은행의 지난 7월 주담대 잔액은 전달보다 7조 5천억원 이상 불었는데, 이달 22일 기준 잔액은 7월말보다 6조 1천억원 더 늘어난 상태다.

은행연협회장과 은행장들은 이날 간담회를 열었다. 논의사항을 밝힌 보도자료에는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적극 협조", "각 은행 자율적으로 다양한 조치들을 시행", "보다 정교한 가계대출 관리방안 마련" 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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