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땅이자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습지'는 인류가 산업혁명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연을 훼손하기 이전부터 벌목, 개척과 개간, 개발이 되어야 할 공간으로 여겨졌다.
펜(fen), 보그(bog), 스웜프(swamp) 등 지형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습지는 인류 역사에서 '쓸모없는 축축한 땅'으로 여겨지며 파괴와 침탈의 환경 수난사를 겪어야 했다.
책 '습지에서 안부를 묻다'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시핑뉴스' '브로크백마운틴' 등의 작품으로 인터내셔널픽션상, 내셔널북어워드, 퓰리처상 등을 수상하며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애니 푸르의 첫 환경 리포트다.
무자비하고 혹독한 자연을 배경으로 거칠고 폭력적인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을 고집해왔던 그가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습지에 관한 에세이를 쓰려다 특별한 지구의 공간이 전문적인 어휘로만 작성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 과학자와 평범한 독자 사이에 난해한 언어 장벽을 허무는 지구 습지에 관한 책을 쓰기로 한다.
우리가 '습지'로 알고 있는 단어는 영미권에서는 지형적 특성에 맞춰서 '펜Fen(풀이 많고 수심이 깊은 지대)', '보그Bog(강우가 수원이 되고, 수심이 얕은 지대)', '스웜프Swamp(수심이 많이 얕고 나무와 덤불이 무성한 지대)'로 분류된다. 특성이 다른 만큼 역사적으로도 이들 지형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저자는 객관적인 자료와 수치, 역사적인 기록으로 냉정하게 과거와 현재의 지구 환경을 기술하고 지구를 어떻게 보전해 나갈 것인지 저자는 차분하게 묻는다.
오랜 인류사를 훑어보며 습지를 파괴하고 환경을 무너트리는 인류의 과오가 근현대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아주 오랫동안 자행되어 왔다는 점을 직시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건축과 파괴에는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는 인류가 자연계를 복원하는 일에는 불쌍할 정도로 미숙하다. 그냥 우리 적성에 안 맞는 일"이라고 토로한다.
자연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연권'의 법적 개념이 확대되는 움직임에도 주목한다. 습지와 인류 환경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담아냄으로써 환경에 둔감한 우리가 어떠한 심판을 받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애니 프루 지음 | 김승욱 옮김 | 문학수첩 |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