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확보" vs "면죄부"…검찰총장이 택한 '수심위' 주목

'명품가방 수수 의혹' 8개월 수사 '무혐의' 결론 낸 수사팀
검찰총장, "외부 민간 위원 심의 절차로 신중하게 처분"
지금껏 수사심의위 15차례 열려…이중 4차례만 달리 판단
최종 처분까지 속도 붙을까…총장 임기 내 사건 마무리 주목
더불어민주당 "면죄부 결론 정당화…특검 열차 출발"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8개월간 수사한 검찰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이원석 검찰총장은 외부 민간위원들 심의를 거치겠다며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직권으로 회부했다. 이 사건만큼은 검찰 외부 판단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면죄부'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 절차로 끝날 것이라며 반발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이 수사심의위를 거치면서 결론이 달라질지, 수사팀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외부 위원 판단'…공정성 얻고 '매듭' 지을까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품가방 수수 의혹'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가 2022년 9월 13일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김 여사를 만나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전달 영상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수사는 서울의 소리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수사 전반기 5개월은 지지부진했다. 총선 이후 이 총장이 전담수사팀을 꾸리면서 속도가 붙었다.

8개월 간의 수사 끝에 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냈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2일 이같은 결과를 이 총장에게 보고했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에 대해 △청탁 목적이 없고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 연관성이 없으며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김 여사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 하루 뒤 이 총장은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와 기소가 적법했는지 심의하는 기구다.

대검찰청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직권 회부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봐주기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이 총장은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해 심의위에 회부하고 전원 외부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분하도록 했다"는 입장을 냈다.

수사심의위 권고 '강제성'은 없어…총장 임기 내 마무리되나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심의위 심의 결과가 수사팀 결론과 달라질지, 그 권고를 검찰이 받아들일지 관심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소속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 150~300명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위원 15명이 논의를 거쳐 기소 여부 등을 수사팀에 권고한다.

수사심의위는 추가 수사, 기소, 불기소 등 심의 결과를 권고하는데 의결 결과를 수사팀이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심의위는 지금까지 총 15차례 열렸다. 검찰은 대부분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해 수용했고, 과거 4차례만 다른 판단을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2020년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수사심의위 권고와 달리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다만, 수사심의위 결론이 나오면 최종 처분까지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장 최근 수사심의위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책임 논란이 불거진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기소할 것을 검찰 수사팀에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경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1년이 넘도록 기소 여부를 결론 내리지 않은 상태였는데, 수사심의위 결론이 나오자, 검찰은 나흘 뒤 김 청장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심의위가 소집된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10여 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 총장이 임기 내 최종 처분까지 마칠 가능성이 있다. 이 총장 임기 내 처분이 이뤄진다면 심우정 차기 총장 후보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이 총장의 임기는 다음 달 15일까지다.

민주당 "면죄부 결론 정당화…특검 열차 출발"

이 총장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수사심의위를 택했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이 총장 또한 '공범'이라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24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면죄부'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 절차로 끝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을 향해서는 "(이원석 총장은) 김건희 여사의 무혐의 처분 보고를 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했다고 한다"며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던 검찰총장이 할 말이 맞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비공개 출장·황제 조사에 대한 진상 파악조차 못 하고, 알선수재죄 검토마저 퇴짜 맞은 허수아비 총장인 줄 알았는데 공범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정권과 검찰이 김 여사 한 사람을 위해 고위공직자들이 수백만원짜리 뇌물을 받아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었다"며 "아무리 용을 써도 김 여사가 뇌물을 받았고, 검찰이 꽃길을 깔아줬다는 본질은 숨겨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여주기식 수사심의위 소집으로 (김 여사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규명할) '특검 열차'를 멈춰 세울 수는 없다"며 "국민의 분노를 담은 특검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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