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리그(MLB)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40홈런-40도루의 대기록을 달성한 일본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그러나 야구 역사에 남을 기념구가 정작 본인의 품에 오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오타니는 24일(한국 시각) 미국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홈 경기에 1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도루로 펄펄 날았다. 3 대 3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7 대 3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오타니는 이날 홈런과 도루 1개를 추가해 시즌 40호를 채웠다. 최고의 '호타준족'이 누릴 수 있는 '40-40' 클럽에 가입했다.
MLB 역대 6번째 40-40 기록이다. 1988년 호세 칸세코(당시 오클랜드)가 42홈런-40도루로 40-40 클럽을 개설했고, 1996년 배리 본즈(당시 샌프란스시코)가 42홈런-40도루,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당시 시애틀)가 42홈런-46도루,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당시 워싱턴)가 46홈런-41도루로 가입했다. 지난해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가 41홈런-73도루로 13년 만의 가입자가 됐다.
오타니의 기록이 특별한 이유는 2개의 타이틀이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아시아 출신의 한계를 넘어 최초의 역사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6번의 40-40 기록 중 최연소 경기라는 점이 대단하다. 오타니는 올 시즌 126경기(팀 129경기) 만에 40-40을 달성했는데 기존 최연소 기록인 소리아노의 147경기(팀 148경기)를 20경기 이상 단축했다.
하지만 이 대기록을 담은 홈런공이 오타니에게 오지 못했다. 상대 중견수 호세 시리가 관중석을 맞고 그라운드로 들어온 홈런공을 다시 팬들을 향해 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리는 25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40-40에 대한 것도 몰랐다"면서 "경기가 끝났기 때문에 팬들에게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타구를 잡을 생각으로 쫓고 있었는데 담장을 넘어갈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몸값의 오타니인 만큼 홈런공의 가치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라는 예상도 나온다. 홈런공을 손에 넣은 팬에 대해 시리는 "잘 됐고, 즐겨 달라"고 전했다.
오타니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2021년 MLB에 데뷔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시리는 "틀림없이 위대한 선수이고, 안드로이드(인조인간)처럼 스페셜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중압감도 있고 많은 팬들이 사진과 사인을 요청하지만 오타니는 겸손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해당 공을 얻은 팬은 관중석에 있던 일본 개그맨의 영상에 잡혔다. 해당 남성은 오타니에 대해 "훌륭한 시즌이고, 훌륭한 선물을 안겨줘서 고맙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 남성은 "구장 경비 관계자에게 기념구 인증을 문의했지만 아무 것도 받지 못했다"면서 "공은 소중히 보관하겠다"고 밝혔다.
다저스 구단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구단 관계자가 '(공의 행방은) 모른다'고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일단 다저스는 오타니가 40호 도루를 기록한 뒤 기념 베이스는 4회 종료 뒤 따로 보관해 향후 미국 야구의 전당 박물관에 기증할지 검토 중이다. 다만 홈런공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보통 기념구를 습득한 팬에게 시즌권이나 사인 배트, 공 등 선물로 교환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저스는 공식적인 기념구로 인정할 수 없으며 매매의 대상이 될 경우 당사자 간의 가치 판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