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했냐"는 물음에 '아' 탄식만…부천 화재 녹취록 공개

호텔 관계자 추정되는 첫 신고 내용 공개
"먼저 대피해라"는 소방 요원 말에 "대피 안 했다"

23일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이 출입통제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발생한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천=박종민 기자

19명의 사상자가 나온 경기 부천 중동 호텔 화재 당시 최초 119 신고자와 소방 접수 요원 간의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확보한 '부천 원미구 숙박시설 화재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번 화재와 관련된 최초 신고는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 20초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호텔 관계자로 추정되며 녹취록에는 최초 발화 지점으로 객실 810호가 지목되고, 대피했냐는 질문에 신고자가 탄식을 내뱉는 등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담겨 있었다.
 
신고자가 "중동 ○○○ 호텔인데요. 밖에 불이 났어요"라고 말하자 소방 접수 요원은 "어디? 중동 어디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신고자는 "○○○ 호텔이다"고 거듭 말했다.
 
접수 요원이 "어디서 불이 나는 것 같아요?"라고 묻자, 신고자는 "여기 객실이요. 810호요"라고 발화 지점을 지목했다.
 
이어서 접수 요원이 "대피는 하셨어요?"라고 물었고 신고자는 "대피 안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접수 요원이 "사람들 대피 먼저 해주세요"라고 말한 뒤 다시 "여보세요?"라고 신고자를 불렀으나 신고자는 "아아"라고만 했다. 접수 요원이 연거푸 "신고자 분?", "여보세요?"라고 불러도 신고자는 또다시 "아아"라고 탄식했다.
 
접수 요원이 재차 "여보세요? 손님 다 대피하셨어요?"라고 불렀으나 신고자의 "아…"라는 탄식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최초 신고가 접수되고 3분 뒤인 오후 7시 42분에 소방 경보령인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 4분 뒤인 7시 43분에는 부천소방서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발화지점인 810호가 있는 건물 7층에 강한 화염과 검은 연기로 진입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2일 발생한 이번 화재로 사망 7명, 부상 12명 등 19명의 인명피해가 나왔다. 불길이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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