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새로운 3부작 시리즈의 시작이 되는 미니 14집 '판타지'(FANTASY)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그룹 에스에프나인(SF9)의 이번 활동은 소속사를 옮긴 주호와 현재 군 복무 중인 재윤을 뺀 영빈·인성·유태양·휘영·찬희 다섯 명이 진행한다. 'SNS 겸 홍보 담당'을 자처한 인성은 인터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고 열정을 강조했다.
올해 1월 '비보라'(BIBORA)가 수록된 미니앨범 '시퀀스'(Sequence)를 낸 지 7개월 만에 컴백한 SF9. 이번 앨범명부터 평범하지 않다. 그동안 SF9 곁을 지키며 응원과 사랑을 보낸 팬덤 '판타지'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찬희는 "오랜만에 앨범 들고나왔는데 앨범명을 저희 팬덤명 '판타지'로 지었다. 판타지 분들을 위해서 만든, 여름을 겨냥해 시원하고 청량한 앨범"이라며 "즐겁고 행복한 활동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휘영은 "팬분들에게 (SF9이)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 팬분들이 (저희에게) 보고 싶어 했던 모습을 많이 넣으려고 했다. 팬분들을 위해서 특히 준비를 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뚜렷한 계기가 있는지 묻자, 영빈은 "직관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뭔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사람? 저희가 아이돌과 가상 인물이 아니라 여러분 옆에 있는 오빠, 형 이런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었고, 그런 모습을 판타지가 보고 싶어 했다. 앨범 활동 마치고 항상 피드백을 받아보는데, 인제 콘셉트와 세계관을 하는 것보다 정말 팬분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걸 보여드리자는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팬덤 '판타지'가 원하는 모습이란 무엇일까. 영빈은 "흰 티에 청바지 이런 걸 팬분들이 좋아했다. 저희는 항상 힘을 줬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곡은) 흰 티에 청바지를 입어도 괜찮을 만한 이지 리스닝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복잡함을 배제하는 앨범"이라고 운을 뗀 인성은 "이걸 생각 없이 대충 준비한 게 아니라, 가장 간단하고 가장 심플한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재밌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게 전반적으로 앨범에 많이 담겨 있다"라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돈트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를 두고도 인성은 "되게 직관적인 뜻이지 않나. '걱정하지 말고 행복을 즐겨라'니까. 우리가 되게 간단한 걸 놓치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되게 담백하게 담으려고 했던 것 같다. 너무 생각해서 하는 것보다는"이라고 부연했다.
어떻게 지금의 타이틀곡을 정하게 됐는지 질문하자, 영빈은 "항상 타이틀곡은 제일 좋은 거를 기준으로 한다"라며 "'돈트 워리 비 해피'가 주는 메시지가 좋고 이번 여름엔 SF9의 청량 한번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보통 신인 시절이나 연차가 낮을 때 청량 콘셉트를 많이 하는데, 어색함은 없었는지 질문이 나왔다. 이에 유태양은 "어색함은 잘 모르겠다. 색다른 게 좋았던 것 같다. 팬분들의 니즈(수요)를 채워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좋았다. 막내 친구들의 매력과 청량함을 보여줄 수도 있고"라며 "저희가 너무 멋있고 콘셉추얼한 것만 해 오다 보니까 한 번쯤 곡도 되게 편하게 들을 수 있게 기분 좋아지는 노래로 하고 싶었다. 그게 (이번 곡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런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을 노린 것"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답해 취재진을 폭소케 한 인성은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에 다가오는 게 매력 있고, 때때로 그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찬희는 "계속 저희가 멋스러운 걸 많이 해 왔고 이번에 처음으로 (청량을) 하는데, 저는 인성이 형한테 많이 배웠다"라고 웃었다. 그러자 인성은 "호되게 가르쳤다"라고 농담했고, 찬희 역시 "많이 혼났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 활동은 현재 군 복무 중인 재윤, 소속사를 다른 곳으로 옮긴 주호를 뺀 5인이 참여한다. 안무와 관련해 유태양은 "한 명 한 명 파트(담당)자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하면 돋보일까 했다. 댄서분들 없이 다섯 명이서만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다섯 명의 멤버를 보여주기 위한 게 컸다. 구성 단계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다"라며 "한 명 한 명의 보컬과 랩의 포지션을 집중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그 점은 장점으로 소화가 된 거 같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인원이 다섯 명인 만큼 맡아야 하는 파트도 늘었고 오히려 그게 계기가 돼서 더 좋은 책임감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저도 개인 활동 하기 전까지는 파트의 무게감을 정말 어마어마하게 체감을 하긴 어려웠는데, 개인 활동도 해 보고 이번에 파트도 많이 맡아서 해 보니까 '아, 나란 사람의 역량을 굉장히 키울 필요가 있다' '이 팀에서 내가 잘 빛내줘야 다른 멤버들도 다 같이 시너지가 나서 빛날 수 있다' 하는 걸 많이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멤버들의 부재를 두고 영빈은 개인 활동을 "정말 응원한다"라고 전제한 후 "스케줄이 맞지 않았을 때 현실적으로 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어쨌든 저희는 판타지라는 팬분들이 있어서 존재하고, (팬분들께) 공백과 허전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저희 의무인 거 같고 목표인 거 같다"라고 답했다. 군대에 있는 재윤도 단체 대화방을 통해 '멋있다' 등의 피드백을 많이 준다고. "팬분들한테 허전함을 안 느끼게끔 하는 것"이 SF9의 목표라고 영빈은 재차 강조했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돈트 워리 비 해피'로 컴백한 SF9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인성은 "저는 SNS를 담당하고 있는데 유행하는 건 모조리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고, 영빈 역시 "저희 이번에 많이 찍었다"라고 거들었다. 유태양은 "하루도 빠짐없이!"라고 덧붙였다. 인성은 "수치적으로는 부족할 수 있지만, 다양하게 하려고 준비했던 것 같다. 되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지 않나. 뭔가를 어필할 기회가 생기는데, 저희도 그런 걸 열심히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컴백을 앞두고 'SNS 담당' 등 멤버별로 역할을 정한 건지 묻자, 휘영은 웃음기 띤 얼굴로 "일단 SNS 담당만 있다. 나머지는 차차 정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럼 'SNS 담당'은 인성 본인이 정한 걸까. 이에 인성은 "전적으로 SNS 겸 홍보 마케팅을 맡고 있다. SF9의 콘텐츠 고민을 한다. 수없이 릴스를 내려보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앨범명과 콘셉트뿐 아니라 수록곡에도 '판타지'의 의견을 반영했다. 영빈은 "저 같은 경우, 팬분들이 좀 딕션(발음)이 잘 들리는 랩을 좋아한다. 파트가 늘어난 상황에서, 조금 더 팬분들이 좋아하는 그런 강한 랩을 해 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 곡 '마이 판타지아'(My Fantasia)라는 곡을 언급하며 "저희가 판타지를 위해 부르는 노래고, 무대도 할 수 있게끔 의도해서 만든 곡이기 때문에, 안무를 잘 만들어서 꼭 공연으로 보여줄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9년 차가 된 SF9이 느끼기에 팀 색깔은 어떤 것 같은지 묻자, 인성은 "되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희 색깔은 빈칸에 가까운 것 같다"라며 "고민이 많았는데 그걸 빈칸으로 남겨두고, 끝까지 물음표를 드리는 게 오히려 (팀의) 색깔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다 각자 도형인데 맞물렸을 때 어떤 결과가 날지 저희도 확실하게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더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하게 내가 알고 있으면 그걸 계속 추구해도 되지만 이 친구들이 각자 갖고 있는 게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다음번에 어떤 선택지를 들고나올지 잘 모르겠다"라며 취재진을 향해 "다음 번(인터뷰나 쇼케이스)에도 와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언제 SF9이 잘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질문에 인성은 "보통 활동하면서 되게 저희가 여유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재미있게 음악 활동하면서도 저희 스스로에게도 압박감은 어쩔 수 없었는데, 그런 시간이 많이 지나간 시기라고 생각한다. 부담감을 내려놓다 보니 저희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라며 "진짜 저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정말 오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거 같다"라고 밝혔다.
압박을 내려놓고 여유를 찾은 시기는 언제일까. 인성은 "일 년에 활동 주기가 서너 번씩 나오던 때가 있었다. 3~4년 차쯤엔 저희 스스로도 목표나 방향성을 세울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때 물론 이런 생각을 더 했다면 좋겠지만, 그런(과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때 활동에 감사하다"라고 돌아봤다.
유태양은 "사실 이런 아이돌이라는, 댄스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팀마다 다르겠지만 자칫하면 수동적인 어떤 형태가 될 수가 있다"라며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각각의 능동적인 형태의 개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목표와 결과치에 대한 압박, 그게 나쁜 압박은 아니었지만 그것에만 몰두돼 있다 보면 본질을 잊어버릴 수밖에 없더라. '이 앨범을 내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 앨범을 통해서 우리가 뭘 보여주고 싶은 걸까'를 멤버들한테 물어봤다. 간단명료하게 '걱정하기보단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라고 전했다.
'돈트 워리 비 해피'로 듣고 싶은 평가에 관해 휘영은 "들었을 때 쉽게 들었으면 좋겠고 조금은 '기억에 남는 멜로디였다' 하는 생각, 그런 평가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잠깐 듣고 마는 음악보다는 문득문득 생각나서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