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서울이 기상관측 이래 최장 열대야 기록을 세우는 등 무더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전력수요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연신 갈아 치웠다. 전력수급 불안 우려 속에서도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했는데 전력 공급원 중 하나인 '태양광'을 바라보는 시각은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태양광 덕분에 수급이 안정됐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태양광이 수급 불안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같이 나오는 상황이다.
태양광, 맑고 무더운 날엔 넘쳐나지만 흐린 날에는 '뚝'…변동성↑
2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에 이달에만 5차례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했다. 지난 5일 93.8GW을 시작으로 일주일 뒤인 12일(94.5GW)과 13일 (94.6GW) 하루차이로 최고 기록을 깬 데 이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9일(95.6GW)과 20일(97.1GW)에 연이어 최대 전력수요를 세웠다.
통상 공급 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정부는 긴장상태에 돌입하고, 5% 미만이면 비상 대응에 나을 하는데 예비율은 8.5~10.7%를 유지됐다.
태양광은 날씨가 맑은 날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낮에 전력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전력 피크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태양광의 경우 전력 당국의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는 자가수요가 많은데 이것까지 고려하면 여름철 전력 수급 기여가 생각보다 꽤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름철 전력 피크 시간이 과거에는 한낮인 2~4시였다면 최근 저녁 시간대로 옮겨진 이유가 태양광 때문이기도 하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보통 제일 더운 시간은 2~3시인데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걸 기준으로보면 최대 전력수요 시간은 보통 6시 전후다. 해가 진 시간에 전력수요가 가장 높다는 건 태양광 공급이 줄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보면 태양광이 가장 무더운 시간 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전력시장 수요와 시장 밖 태양광 발전 수요를 합친 총수요는 102GW에 이르렀는데 이날 오후 2~3시 태양광 출력은 16.5GW로 전체 전력수요의 16.2%를 차지했다.
문제는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올 때다. 바로 다음날인 20일에는 태풍 종다리가 몰려오면서 폭염을 식히기는커녕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전국이 무더워졌다. 하루만에 전력수요 최고 기록을 또 깼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흐려지면서 태양광 발전량이 낮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한 영향도 컸다.
이날 2~3시 기준 태양광 출력은 전날 같은 시간대보다는 6.2GW 떨어진 10.3GW로 전체 전력수요중 비중은 11.4%로 줄었다. 이처럼 태양광은 날씨 영향으로 변동성이 크다는게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태양광의 경우 또 한전 직접구매계약(PPA), 소규모 자가용 태양광 발전 등 '전력시장 외 수요'가 전체 태양광 발전의 2/3 정도를 차지 하기 때문에 수요 예측이 어렵다는 점도 수급 불안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들쑥날쑥' 태양광 관리…"결국 저장이 관건인데"
최근 기후변화로 올해 같은 폭염이 매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 변동성이 큰 태양광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전력당국의 중요 과제다.
태양광 확대를 주장하는 에너지정의행동 이영경 사무국장은 "남는 부분들은 양수발전을 통해 수급 조절을 하거나 ESS 저장 장치 등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불안정한 부분들은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의 불안정성을 보완 하려면 결국은 태양광 출력이 많을 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흘려보내는 저장 장치를 갖춰야 하는데 현재 비용 등 경제성과 안정성 등의 문제로 저장장치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간헐성이 높은 태양광의 백업 전원 설비로 가장 좋은 것은 수력 발전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수력 발전이 굉장히 부족하다. 배터리의 경우도 최근에는 화재 위험성 같은 것도 부각 되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에너지 문제는 결국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11차 전기본에 처음으로 원전의 이 '탄력 운전'을 반영했는데, 이 부분이 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 원전과 태양광이 상충되는 것이나 아니라 보완과 조화를 하는 방향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