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사다리차 있었다면"…부천 화재 유족 분통

부천호텔 화재 사망자 빈소…유족 "초동대응 부족"
"구급대원들 안 올라올 것 같아"…고인 마지막 통화

23일 오전 경기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 부천 호텔 화재 사망자 김모(28·여)씨의 아버지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울고 있다. 박희영 기자

23일 오전 경기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 부천 호텔 화재 사망자 김모(28·여)씨의 아버지는 딸의 영정사진을 보며 "지켜주지 못해 아빠가 미안하다"며 소리 내어 울었다. 둘째 딸이 아버지 곁으로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다독였다.

"구급대원들 안 올라올 거 같아. 나 이제 죽을 거 같거든. 5분 뒤면 숨 못 쉴 거 같아…이제 끊어."

김씨의 어머니는 휴대전화에 녹음된 딸의 생전 마지막 목소리를 들으며 가슴을 쳤다. 김씨는 남자친구와 전날 부천 호텔을 찾았다가 객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함께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김씨가 어머니에게 전화한 건 전날 오후 7시 42분으로, 맞은편 객실 810호에서 연기가 난다는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약 3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김씨 어머니는 "호텔에 있는데 불이 났다며 첫 번째 전화가 왔다"며 "5분 후에 또 전화가 왔는데 구급대원이 올라오지 못하는 것 같은데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경찰과 소방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8층에서 불이 났으면 사다리차가 있어야 하지 않나. 현장에 사다리차가 없었다. 소방대원들이 다 계단으로 올라갔다"며 "8층에 생존자가 있다는 걸 알았고 위급하다면 거기부터 구조해 줘야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23일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발생한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천=박종민 기자

김씨의 동생도 "언니 남자친구가 803호에서 지금 못 나가고 있다고 이미 신고를 해 놓은 상태였는데 왜 803호로 진입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구조 현장에는 사다리차가 출동했지만 사용되지는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다리차가 나가긴 했는데 (호텔 옆 도로) 폭이 좁아 사다리차 전개를 못 하고 저희가 직접 진입했다"며 "7.6m 정도의 폭은 나와야 하는데 나무 등이 있어 좁아서 7m 정도밖에 안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사고 현장에서 딸이 구조되기를 기다리며 1시간 넘게 애태웠던 김씨의 어머니는 "사고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을 밝혀내고, 사고 수습을 제대로 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딸에 대해서는 "미술 준비하던 꿈 많은 아이였다"며 "화재 현장에서 딸 핸드폰을 아직 받지 못해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아무도 장례식장에 오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이번 화재는 전날 오후 7시 34분쯤 부천시청에 인접한 중동의 9층짜리 호텔에서 발생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불이 나자 이날 7시 39분부터 20여 건의 화재 신고가 연이어 119에 접수됐다.



이 불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807호에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린 남녀 투숙객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 5명은 모두 연기 흡입으로 질식사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들은 부천순천향대학병원(3명), 부천성모병원(3명), 부천장례식장(1명) 등에 안치됐으며, 중상자 2명을 제외한 부상자 10명은 모두 퇴원했다.

불길이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데다가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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