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의 한 호텔 화재 현장에서 투숙객 2명이 에어매트(공기 안전 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지자 소방 장비의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9층짜리 호텔 내부 810호(7층) 객실에서 연기가 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부천소방서 선착대는 4분 만에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에어매트는 5분 뒤인 오후 7시 48분 호텔 외부 1층에 설치했다.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호텔 내부를 뒤덮으며 상황이 급박해졌다. 807호 객실의 30~40대 남녀 2명은 오후 7시 55분 차례로 뛰어내렸다.
그런데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운데 지점이 아닌 가장자리로 떨어졌다. 에어매트는 순간 반동에 의해 뒤집혔다.
불과 2~3초 뒤 뛰어내린 남성은 큰 충격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모두 사망했다.
에어매트 뒤집히는 경우 흔치 않아…"적정 공기압 등 확인해야"
온라인에서는 각종 의문이 제기됐다. 현장 목격자들이 찍은 에어매트 사진에는 '119 부천소방서'라는 글씨가 거꾸로 된 채 뒤집힌 에어매트의 모습이 담겼다. 이에 처음부터 에어매트를 거꾸로 설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에어매트는 정상적으로 설치됐으며, 여성 추락 후 뒤집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단, 구조자가 고층에서 뛰어내리더라도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 7.5m·세로 4.5m·높이 3m 크기인 에어매트는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살 수 있게 제작됐지만, 여성이 떨어질 때 에어매트 모서리 쪽으로 쏠리면서 뒤집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화재 현장을 찾아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에어매트가 넓어도 높은 층에서는 조그맣게 보인다"며 "연기까지 막 피어올라 오고 있으면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 교수는 "에어매트의 공기압이 적정했는지와 관리 상태, 점검했을 때 이상 유무 등을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에어매트가 18년 전인 2006년이 지급돼 7년인 사용 가능 기한을 훨씬 넘은 장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에어매트는 사용 가능 기한이 지났어도 심의를 받고 재사용할 수 있다. 부천소방서는 심의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 추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화재가 시작된 지점으로 추정되는 810호실을 기점으로 7~9층 일대 등지에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부분 투숙객이 유독가스를 마셔 질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자체적인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연기가 급격히 치솟았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