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처리기까지…삼성·LG, 중기 가전시장 속속 진출

LG전자가 출시 예정으로 개발 중인 음식물처리기 설치 예시. LG전자 제공

중견·중소기업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음식물쓰레기 처리제품 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가전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제품 시장이 1조원대로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얼음정수기와 로봇청소기 시장 등 중소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급성장하고 있는 다른 가전제품 시장에도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는데 품질과 사후서비스 등 기존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을 파고 들며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LG전자, 음식물처리기 효과 실증…검증 등 거쳐 정식 제품 출시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말부터 안산시 공동주택 약 40세대를 대상으로 개발중인 음식물처리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LG전자가 안산시와 손잡고 진행하는 생활폐기물 감량을 위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약 두달 동안 음식물처리기 설치 전후 변화되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조사하고 조사결과를 분석해 음식물처리기 효과를 실증한다는 계획이다.

가정용 음식물처리기는 처리 방식에 따라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한 뒤 하수관으로 배출하는 '습식분쇄형'과 건조해 처리하는 '건조분쇄형', 미생물을 배양해 처리하는 '미생물분해형' 등으로 나뉜다.

설치 방식에 따라 싱크대 하부에 설치하는 '빌트인(습식분쇄형 등)' 방식과 필요에 따라 이동시켜 사용하는 '프리스탠딩(건조분쇄형, 미생물분해형 등)' 방식 등으로도 분류된다.

LG전자가 시범사업을 통해 선보이는 음식물처리기는 싱크대 하부 빌트인 구조로 미생물분해형을 결합한 형태다.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를 싱크대 배수구에 투입 후 제품을 작동시키면 물은 별도로 배수되고, 수분이 줄어든 음식물 쓰레기는 미생물 분해 장치에서 발효, 건조된 후 분리 배출하는 방식이다. 건조된 음식물 쓰레기는 부산물 수거함으로 자동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하수관으로 배출되는 음식물 가루나 찌꺼기가 없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이번에 진행되는 필드 테스트 과정과 검증 등을 거쳐 정식 제품 출시에 나설 방침이다.

동양매직 시절인 2008년 음식물처리기를 출시했다가 사업을 접었던 SK매직은 지난 2022년 6월 '에코클린' 음식물 처리기를 선보이며 14년 만에 시장에 재진입했다.

삼성전자도 음식물 처리기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일찌감치 '더 제로'라는 이름으로 음식물 처리기 상품권을 출원했고, 프리미엄 라인인 '비스포크'를 더한 '비스포크 더 제로' 상표권도 보유하고 있다.

'중기 전유' 음처기 시장, 1조원대 시장으로 성장…얼음정수기도 눈독

이처럼 대기업들이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성숙시장으로 접어든 국내 가전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시장은 스마트카라와 린클 등 중견·중소기업들이 주도해 왔는데, 2021년 200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음식물 처리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 원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가전시장은 2022년 대비 12% 하락했다. TV와 에어컨,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 국내 대표 가전제품 38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인데 수량 기준으로는 낙폭(-17%)이 더 컸는데 이런 가운데 음식물 처리기 시장은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LG전자는 이달 초 정수기 내에 얼음을 냉동보관하는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며 코웨이 등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얼음정수기 시장에도 출사표를 내걸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으며 중국 가전 업체와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로봇청소기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로봇청소기와 얼음정수기, 음식물처리기 모두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전통 가전들과 달리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기술력, 디자인 등과 함께 중견·중소업체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후관리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 가전의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음식물 처리기 등 가사노동부담을 덜어주는 가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대기업이긴 하지만 최근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이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하면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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