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내 호텔 화재의 원인으로 '전기적 요인'이 지목된 가운데, 관계 기관들의 현장 합동감식이 마무리됐다.
23일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이날 오전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고하면서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선 소방당국 조사에서 불이 시작된 곳으로 확인된 810호실에 "타는 냄새가 나 객실을 바꿔달라"는 투숙객 민원이 있었는데, 이를 토대로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당시 810호 투숙객은 7층 객실로 방을 옮겨, 불이 난 시점에 810호는 비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을 옮긴 해당 투숙객은 호텔을 벗어나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식간에 사상자가 늘어난 데 대해 조 본부장은 "최초 발화된 객실에 문들 닫고 나왔으면 괜찮은데 문을 열고 나와서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됐다"며 "모텔 특징상 복도가 좁고 열 축적이 많아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초기 조사 내용 등을 바탕으로 이날 현장에서는 관계 기관들의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분간 진행된 감식에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팀과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물론, 화재 원인으로 짐작되는 전기 관련 전문기관 관계자 등 33명이 참여했다.
오석봉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화재 발생 장소로 확인된 8층을 대상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비롯해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자세한 정황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현장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주변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감식 결과에 대한 기자 질의는 받지 않았다.
다만 현장 감식에 참여한 한 기관의 조사관은 "여러 가지를 살피고 왔지만 자세히 말해줄 순 없다"면서도 "(탈출에 필요한) 일부 완강기 두세 개 정도 설치된 것을 봤지만 전체적으로는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화재 발생 당시 8층의 한 객실 창문에서 에어매트를 향해 뛰어내렸다가 숨진 남녀 두 명은 모두 완강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먼저 낙하한 투숙객이 에어매트 우측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진 뒤, 매트 전체가 세로 방향으로 뒤집히면서 두 번째 투숙객도 모서리를 향해 떨어져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조용익 부천시장은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 희생자마다 담당 공무원을 한명씩 지정해 장례부터 발인까지 빈틈없이 지원하겠다"며 유족 지원 계획을 밝혔다. 시는 또 부상자 12명에게도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이번 화재는 전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시청에 인접한 중동의 9층짜리 호텔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12명 중 중상자는 3명으로 발표됐지만 1명은 경상으로 재분류 돼, 중상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부상자 10명은 모두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전날 화재가 발생하자 2시간여 뒤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고 지원책을 논의했다. 전담 기구인 '재난 피해자 지원 센터'를 설치하고 치료·장례·법률 지원 등을 할 실무반도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