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2일 밤(현지시간) 진행된 후보 수락 연설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9일부터 나흘 일정의 전당대회를 열고 이번 대선에 나갈 자당의 후보를 공식 추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를 이 길로 이끈 최근 몇 년간의 과정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예기치 못한 일이었지만, 나는 이런 예상 밖의 일이 낯설지는 않다"며 대선 후보로서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상식적인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법정에서부터 백악관까지 이것은 내 인생의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미국의 근본적인 원칙을 신성하게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당연한 포부와 이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묘하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뉘앙스가 강했다.
민주당은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미국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사람, 선거에 지고도 무효라고 억지 주장을 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선거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일 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를 다시 백악관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 여러분의 투표를 무효화하려고 했고 이것이 실패하자 무장 폭도들을 미 의회로 보내 경찰관들을 공격했다"며 "동료 정치인들이 트럼프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오히려 그 사람은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성폭력 범죄로 배심원들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은 그가 다시 권력을 잡으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상상해보라"며 "트럼프는 여러분의 삶을 개선하거나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자신만을 위해 권력을 사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이 집권할 미래의 모습은 트럼프와 가까운 조언자들이 쓴 '프로젝트 2025'에 모두 나와 있다"며 "그들은 미국을 과거로 돌리겠다는 것이지만, 우리는 결단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공화당에서 발목을 걸고 있는 '국경 문제'에 대해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법 집행 기관에서 수십 년 동안 검사로 일한 덕에 저는 안전과 보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초당적 협력을 바탕으로 수십년 만에 가장 강력한 국경 법안을 만들었지만, 트럼프는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공화당 의원들에게 법안을 폐기하도록 명령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나는 미국의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약속한다"며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가 사장시킨 그 초당적 국경 보안 법안을 되살려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과도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누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유세에서 자신이 푸틴, 시진핑,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과 잘 지내왔다며 자랑하며 "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곧바로 중단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독재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가 아첨을 하면 조종을 하기 쉬운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독재자들은 트럼프 자신도 독재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의 상대는 매일같이 미국을 폄하하고 모든 것이 끔찍하다고 얘기하고 다닌다"며 "이제 미국을 위해 싸우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위해 싸워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구에서 가장 큰 특권인 미국인이 되는 것에 따르는 엄청난 책임을 다할 차례가 됐다"며 "나가서 싸우고 투표를 통해 가장 놀라운 이야기의 위대한 다음 장을 함께 써내려가자"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