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안타' LG 오지환의 터닝 포인트? "현수 형이 준 방망이로 쳐봤는데…"

LG 오지환. 연합뉴스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오지환(LG 트윈스)이 모처럼 날카로운 타격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4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 1볼넷. 오지환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리그' SSG 랜더스전에서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이 같은 성적을 올렸다.

가장 빛났던 순간은 4회말 3번째 타석이었다. LG는 2회말까지 대거 6점을 몰아치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듯했으나, 3회초 SSG에 3점을 내주며 잠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오지환이 SSG의 흐름을 완전하게 차단했다. 2사 1루 상황 오지환은 SSG 서진용의 142km짜리 직구를 통타해 좌월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가장 필요했던 순간 터진 시즌 6번째 홈런이었다.

8 대 3이 되자 경기장 분위기는 완벽히 LG로 넘어갔다. 이후 LG는 5점을 더 뽑아냈고, 이날 경기를 13 대 3 대승으로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오지환은 "사실 감이 좋지는 않았다"면서 경기 당시 자신의 컨디션을 되짚었다. 이어 "안타 하나 치는 게 정말 어려웠다"며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고,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오지환은 이번 주중 3연전 앞선 2경기에서 안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 20일 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 21일에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전환점이 필요했고, 오지환은 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배트부터 교체했다.

오지환은 "오늘 (김)현수 형이 방망이를 건네면서 '이걸로 한 번만 쳐보라'고 해서 바꿔보고 싶었다"며 일화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평소와는 다른 방망이를 들고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유격수인 거너 헨더슨이 쓰는 방망이"라며 "한 번 쳐봤는데 잘 맞았던 것 같다. 오늘 4안타를 쳤으니 앞으로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헨더슨은 현재 MLB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선수다. 올 시즌 126경기 33홈런 78타점 15도루를 기록 중이고 타율은 2할8푼7리, OPS 0.929를 작성하고 있다.

경기 후 인터뷰하는 LG 오지환. 이우섭 기자

배트만 바꾼 게 아니다. 상대 투수에 따라 마음가짐도 달리했다.

오지환은 "앞선 경기에서 서진용 선수를 상대로 제가 안타를 못 쳤다"고 돌아봤다. "사실 구속이 더 빠른 투수들이 많은데 유독 서진용의 공은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도 덧붙였다.

이 점은 오지환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오지환은 "같은 선수를 만날 때마다 결과가 안 좋아서 화가 나기도 했다. (서진용이) 주전 선수고, 필승조 투수이기도 하니까 꼭 쳐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홈런을 쳤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지환의 활약으로 LG는 62승 53패 2무를 기록, 리그 3위 자리에서 다시 선두권을 향한 경쟁을 이어 나가게 됐다. 1위 KIA 타이거즈와는 7.5 게임, 2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1게임 차다.

선두권 순위 싸움이 진행 중인 데 대해 오지환은 "상위권에서 경쟁한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위권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끝이 아니다. 포스트 시즌이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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