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앵커]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강조했던 이원석 검찰총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무혐의로 종결되는 건가요?
[권영철 대기자] 일단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그런 결론을 내렸고, 대검찰청에 수사결과보고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했고요.
이원석 총장의 최종 결정이 남았는데,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할지 여부가 남은 상태입니다.
[앵커] 이원석 총장이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할까요?
[대기자] 이원석 총장은 지난 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 출장조사 했을 때 대국민 사과를 했지 않습니까? 다시 들어보시지요.
<이원석 검찰총장>
"국민들께 여러차례에 걸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어쩌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대국민 사과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마무리 한 게 아닌가 그렇게 보입니다.
수사심의위 회부라는 마지막 절차가 남았지만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전현직 검찰관계자들에게 물어봐도 지금 회부해도 임기 내에 마무리 될지도 미지수이고, 결과도 번복될 가능성이 없는데 회부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겁니다.
[앵커] 회부 가능성을 낮다고 보는 것이네요?
[대기자] 그런 관측이 많습니다.
특수통 출신의 전직 고검장은 "수사심의위에 회부하려면 청탁금지법이 아닌 알선수재나 뇌물수수 공범으로 의율할 수 있어야 하는데, 누가 그런 설명을 수사심의위원들에게 하겠냐?"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수사심의위원 위원으로 활동해본 경험이 있는데, 기소해야 된다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설명을 듣고 토론을 거쳐서 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검찰 내부에서 이미 무혐의 종결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그걸 뒤집을 만한 법리적인 설명을 누가 하겠느냐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검찰의 이번 사건 무혐의 결정은 사실상 이미 예견됐던 것 아닌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검찰은 여러차례 실기했구요, 그런 과정들이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는데, 결과도 그렇게 나온 겁니다.
이 사건은 처음 보도한 '서울의 소리'가 2023년 12월 6일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표면화됐습니다.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는 데 8개월 넘게 걸린 겁니다.
검찰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지 한 달여가 지난 2024년 5월 3일에서야 이원석 총장이 전담 수사팀 구성을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지시하면서 수사팀을 보강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이 열흘 만인 5월 13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 1, 2, 3, 4차장을 모두 갈아치웁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사에서 패싱당했구요.
그러더니 지난 7월 21일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건물로 출장조사를 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제 출장조사'라는 비판을 샀습니다. 검찰총장은 사후 보고를 받는 등 아래로부터도 패싱을 당했습니다.
대검이 감찰조사도 아니고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서울중앙지검은 수사를 내세워 사실상 거부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번에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기 전에 이미 언론에서 무혐의 종결이라는 보도가 났습니다. 서초동에서는 대검찰청을 빗대 '서초식물원'이라는 조롱섞인 말까지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청탁금지법은 처음부터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 않았나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청탁금지법은 처음부터 공직자의 배우자는 처벌조항이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지만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샤넬화장품 세트와 명품가방 등이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알선수재 또는 뇌물수수 공동정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검사출신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8월 21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서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과거에 삼성이 최순실 씨한테 뇌물을 줬지 박근혜 대통령한테 뇌물을 준 게 아니었어요. 기억나시죠? 그런데 그때 경제적 공동체다라고 해서 뇌물죄 공동정범으로 엮어버렸습니다. 그때 친인척도 아닌 최순실이 경제적 공동체가 됐는데 법률상의 배우자에 대해서 과연 그런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걸 누가 믿어줄 것이냐의 문제지요."
[앵커] 대통령과 대통령 배우자는 경제공동체니까 처벌이 가능하다는 건가요?
[대기자] 김웅 전 의원의 말은 처벌이 가능하다니까 처벌하라는 게 아니라, 부부도 아닌 사람을 경제적공동체로 엮었던 사람이 윤석열 검사, 한동훈 검사라는 얘기입니다. 그랬던 사람들인데 지금 검찰이 무혐의라고 한다면 국민들이 그걸 믿어주겠느냐는 겁니다.
최재영 목사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고, 취임식 당일 저녁 5부 요인, 대기업 총수, 해외 사절단 등 150명 안팎의 인원만 참석하는 외빈 만찬에도 초대 받았습니다. 대통령 취임식과 축하만찬 초대는 공무원이 하는 일입니다. 최 목사의 부탁을 받고 김 여사가 초청장을 보내도록 하고 그 대가로 고급 화장품 세트와 명품 가방을 받았으니 알선수재가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서 청탁금지법 외에도, 알선수재 혐의나 뇌물수수 공동정범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겁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검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대기자] 저도 그게 궁금해서 윤 대통령과 검사생활을 같이했던 전직 검찰고위관계자들에게 물어봤더니, "윤석열 검사였다면 명품가방 수수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두 말 없이 기소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검찰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대기자]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담 수사팀을 꾸리게 했더라면, 이렇게 커질 사건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건을 뭉개듯이 미루다가 총선이 끝난 뒤에 임기 말이 다 돼서 수사하려니 용산과 검찰이 부딪히는 모습만 부각됐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했던 이유는 예외, 특혜, 성역이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린 셈입니다. 검찰의 수사 결과도 예외이고 특혜이며, 성역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이원석 총장은 그동안 용산에 하고 싶은 말을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언급했습니다. 검찰고위직 출신들은 이를 두고 "검찰총장은 말로 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면서 힘을 가진 검찰총장이 행동하지 못하고 말로 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이 총장은 김건희 여사 무혐의 보도가 나온 어제(21일) 퇴근길에서도, 오늘(22일) 아침 출근길에서도 말을 아꼈습니다. 이 총장의 묵언수행은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유구무언 아니겠습니까?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다른 수사의 전례에 비추어 대통령 부인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고 지나칠 정도로 원칙적으로 했다면 대국민 설득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