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저렙' 에이리언 덕후와 파헤쳐 본 '에이리언: 로물루스'[노컷 영화톡]

외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애니메이션 덕후이자 호러 저렙(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캐릭터의 레벨이 낮은 것을 이르는 말)인 '더쿠와쿠'(취재원 보호를 위한 가명)는 놀랍게도 '에이리언' 시리즈의 (자칭) 덕후다.

'에이리언' 덕후지만, '에이리언: 로물루스' 시사회 며칠 전에는 우황청심환을 먹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호러를 잘 보지 못한다. 시사회 당일, 더쿠와쿠는 전날 밤 꿈에서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보다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꿈은 이루어졌다. 더쿠와쿠는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으악!"이라고 낮은 비명을 질렀다. 영화 내내 모스부호와도 같은 그의 손 떨림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무서워!" "살려줘!"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미국에서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을 받은 영화다. 국내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지만, 사람에 따라 내적 비명을 지르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다. 과연 호러 초보까지 빠져들게 만든 시리즈의 7번째 작품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매력은 무엇인지 자칭 덕후와 함께 파헤쳐 보기로 했다. 참고로 영화, 게임을 모두 경험한 시리즈 덕후인 더쿠와쿠는 자신의 덕력을 '중상'(中上)이라고 자평했다. [편집자 주]

 
외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 봤고 좋아하지만 덕후는 아닌 자(이하 '머글')>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공포 강도는 어느 정도였나?(10점 만점) 그리고 호러색이 강했던 '에이리언 1'과 비교해 본다면 어느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나?
 
더쿠와쿠> '에이리언 1'은 8.5점, '로물루스'는 8점 정도인 것 같다. 무서운 표현을 잘하는 감독이 시리즈 덕후였다. 적절한 사운드 컨트롤과 점프스퀘어, 공포스러운 크리처의 콜라보에 등줄기가 축축해졌다. 공포 강도는 '중상'에 해당하는 것 같다. 4D로 본다면 조금 더 무서울 것 같다.
 
머글> '맨 인 더 다크'를 통해 공포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라는 걸 입증했던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만큼,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초창기 시리즈의 색채라고 할 수 있는 '호러'가 강했다. 고어스러운 바디 호러(신체 변형으로부터 오는 공포를 다루는 장르)의 느낌도 났다. 시각적인 공포는 물론 사운드 디자인을 굉장히 잘해서 청각적인 공포도 상당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어떻게 봤나?
 
더쿠와쿠> 그야말로 팬들을 위한 선물보따리이자 새로운 '에이리언' 시리즈 팬들을 유입시키는 진공청소기 같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시리즈 덕후다. 덕질을 하던 작품을 연출출했으니 그 결과물은 덕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영화를 보면 알아서 덕력이 적립될 정도다. 보통의 시리즈가 진입장벽이 존재하는데, 감독은 얼굴로 달려드는 페이스 허거와 제노모프의 화난 모습을 활용한 공포감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머글> '에이리언' 시리즈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시리즈의 특징을 잘 살렸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더쿠와쿠> 호러 영화는 보통 '호기심→탐험→생존'의 구조를 가진다. '에이리언' 시리즈도 그러한데, '에이리언' 시리즈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제노모프의 존재감이다. 은색 베이스의 기계와 유기체의 혼합형 디자인, 긴 머리에 낫 같은 꼬리까지 한번 보면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기괴한 모습에 '에이리언1' 제작사는 처음 봤을 때 작업 중단을 시켰다는 말이 있다.

X @oxo_YUNG, @AllaboutMovieX 화면 캡처
 
머글> 그렇다면 시리즈의 전통을 이은 '에이리언; 로물루스'만이 가진 개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더쿠와쿠> 아마도 시리즈 최초로 페이스 허거의 인지능력을 활용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레무스 연구실에서 로물루스 연구실로 이동하던 주인공들은 페이스 허거가 점령한 공간을 지나가야 했다. 전작과 다르게 이번 작품에서 페이스 허거들은 다리에 가시까지 돋아나 있어 아무런 피해 없이 지나가기는 불가능해 보였지만, 연구의 성과일까. 이들이 온도와 소리로 대상을 인식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시리즈 최초로 공개됐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방 안의 온도를 체온과 같이 만들고 유유히 걸어 지나갔갔다. 감탄하며 박수 칠 수밖에 없었다.
 
머글> 1편과 2편 사이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연결고리로써 그 역할을 잘 해냈다고 보나?
 
더쿠와쿠> 그렇다. 영화 시작부터 1편의 무대였던 노스트로모호의 잔해에서 시작했고, 리플리가 힘껏 우주로 던져버린 제노모프가 고치화 돼 살아 있었다는 건 충격적이었다. 2편과의 연결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언뜻 보면 2편에 등장한 행성 테라포밍 대기 조정 시설도 등장하고 전반적인 건물의 모습이 비슷해 같은 무대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로물루스의 식민지는 '잭슨의 별'이고 2편은 '헤들리의 희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시대의 비슷한 기술로 행성 개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외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머글> 이번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크리처를 직접 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적인 구현을 위해 로봇 공학 전문가까지 80여 명의 아티스트를 총동원해 페이스허거와 체스트버스터, 제노모프 등을 모두 제작해 촬영했다.
 
더쿠와쿠> 놀랍고 열정적이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작중 등장한 페이스 허거가 몇 마리였던가. 그 역동적인 움직임 덕분에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모르겠다. 체스트 버스터는 가장 사실적으로 튀어나왔다. 기존 작품들은 마치 샷 건처럼 '퍽!' 가슴을 뚫고 하늘로 날아갈 듯 불쑥 튀어나오지 않았나. 부러진 갈비뼈와 찢어진 가슴 사이로 새어 나오듯 나온 그 모습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제노모프와 인간형 혼종 오프스프링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무서웠다. 제노모프가 고치에서 진화하는 모습이 이렇게 자세히 표현된 건 시리즈에서도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케이(이사벨라 머세드)에게서 태어난 오프스프링은 몇 번 꿈에서 만났다. 영화 안에서처럼 씨익 웃는데 꿈속에서 우주복을 몇 번이나 찾았는지 모르겠다. 이들의 활약상을 평가하자면 최고였다.
 
머글> 꿈속에서도 괴롭힐 정도로 큰 공포를 안겨준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보면서 가장 큰 비명을 토해내게 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더쿠와쿠> 우선 이 자리를 빌려서 영화관 청소 관계자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1관람 1엎기'를 시전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사실 바디 호러에는 저항력이 조금 있는 편이다. 하지만 점프스퀘어는 알고도 들썩이는 내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영화 내 7~8개의 점프스퀘어가 있었고, 대부분은 전조 증상이 있어서 어느 정도 견디며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끝부분에서의 점프스퀘어는 방심하다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연구실을 이동하면서 가끔 천장에 무언가가 매달려있는데, '맨 인 더 다크' 영화를 한 편 더 찍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라기보단 '에이리언 인 더 다크'같은 느낌말이다.

외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머글> 점프스퀘어가 그렇게 많았다니 놀랍다. 나는 왜 평온했는가…. 그런데 궁금한 게, 제노모프의 활약이라고 해야 하나. 제노모프 등장에서도 압도적인 공포감을 느꼈나? 이게 VFX가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서 촬영해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공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쿠와쿠> 이번 작품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약한 제노모프다. 1편에서 총이 없었기 때문일까, 화염방사기로도, 전기충격기로도 물리치지 못했던 제노모프가 총알 몇 방에 맥없이 사망했다. 완벽한 유기체도 총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느낌을 받아 쉽게 죽지 않는 존재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급소가 아닌 다른 부위는 회복되거나 총을 많이 맞아야 죽는 느낌이었으면 공포감이 더 컸을 텐데 아쉬웠다.
 
머글> 그렇다면 덕후의 눈에 아쉽거나 옥에 티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을까? 아니더라도 자신의 덕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이야기해 달라.
 
더쿠와쿠> 우선 'MU/TH/UR'가 눈에 들어왔다. 1편에서는 버전이 6000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20여 년이 지난 이번 영화에서는 9000이었다. 영화 도입부에는 9001버전도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분도 있을 것이다. 제노모프 고치를 회수한다는 특별 임무를 받은 만큼 특수 명령이 입력돼 버전이 달라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면 1편에서 승무원들의 생명을 무시했던 마더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과학 장교 룩(레무스 연구소에서 반토막 난 합성 인간)이 1편의 과학 장교와 같은 점, 마더의 제노모프 연구 합성물을 최우선 보존 순위로 둔 걸로 보아 '제노모프 연구 최우선' 알고리즘은 그대로인 것으로 보인다.
 
옥에 티는 덕후 감독이 만든 작품답게 찾기가 쉽지 않았다. 누가 봐도 명확한 오류는 안보였지만, 정황상 물음표가 떠오르는 건 하나 있다. 로물루스 연구실에서 페이스 허거에서 검은 액체를 추출해 인공 합성물을 만들었고 주인공들은 이것을 가지고 탈출하려고 한다. 그런데 같은 공간에 쥐 실험체의 결과물은 보지 못했을까. 개체가 작은 것도 아니고 실험 박스를 깨고 괴물화가 됐는데, 그 시체를 봤다면 검은 액체를 사용하진 않았을 것 같다.

외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머글> 영화 속 베스트 장면을 3개 정도 꼽아본다면? 나는 페이스 허거가 떼로 등장한 장면과 제노모프 떼를 만났을 때 펼쳐진 무중력 액션 신이 흥미로웠다.
 
더쿠와쿠> 우선 수직 엘리베이터 신이 생각난다. 레인을 구한 앤디의 명대사와 다수의 제노모프들이 따라 올라올 때 엘리베이터로 몰살시키는 장면은 일품이었다. 레인과 오프스프링의 마지막 사투도 떠오른다. 영화 마지막 부분이기도 하고 놀람과 무서움이 교차하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에이리언4의 오마주가 적절하게 녹아있는 이 부분도 매우 좋았다.
 
마지막은 극 초중반 페이스 허거와의 만남 시간이다. 동면 상태에서 깨어난 페이스 허거들이 물속에서 기어다니며 얼굴에 '안아줘요'를 시전하는데, 철저하게 거부하는 비요른, 감전돼 쓰러진 타일러, 어쩔 줄 모르다 급 업그레이드되면서 눈이 돌아간 앤디까지 모두 인상 깊은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머글> 마지막 시간이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한 줄 평을 해보자면?
 
더쿠와쿠> 9점. 누구나 몰입할 수 있으며, '에이리언' 덕질을 시작하기에도 좋고, '에이리언'이 표방하는 원초적인 공포감을 제대로 표현해 시리즈의 전반적인 느낌을 알기에도 적절하다. 프리퀄도 아닌데 이렇게 모든 시리즈의 요소가 결합한 작품은 귀하다고 생각한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한 줄 평을 하자면 "엘리베이터 탔으면 도중에 내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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