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직을 공식 수락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21일 밤(현지시간) 전당대회 셋째날의 마지막 연설에서 털털하고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순간순간 공화당의 정곡을 찌르는 화법으로 지지자들을 열광케했다.
월즈 주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인구 400명의 네브레스카주 한 시골에서 태어났다고 말문을 연뒤 20년이 넘는 주 방위군 근무, 공립교사, 풋볼 코치 등 여느 정치인이 갖기 힘든 자신의 여러 경력들을 소개했다.
특히 월즈 주지사는 6·25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주 방위군에 들어간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모두는 마땅히 공동체에 기여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면서 "난임의 고통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아느냐"고 반문한 뒤 "시험관 시술을 통해 오랜 기다림 끝에 희망(hope)이란 뜻의 딸 호프를 얻었고, 아들 거스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때 전당대회 중계 카메라가 아들·딸의 모습을 비췄고, 거스는 아버지의 발언에 감정이 동한 듯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이들 가족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거스의 눈물을 보고 감동을 받아 같이 흐느껴 우는 사람도 생겨났다.
월즈 주지사는 자신의 풋볼 코치의 경력을 바탕으로 현 대선 경쟁 상황을 풋볼에 비유하기도 했다. 월즈는 미네소타의 한 지역 풋볼 코치를 맡아 팀을 주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경험도 있다.
그는 "풋볼로 치면 지금은 마지막 4쿼터인데 필드골을 하나 내줬지만 우리가 공을 잡았고 이제 공격이 시작됐다"며 "준비가 잘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남은 70여일 동안 하루에 1야드씩 전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중들은 이에 환호하며 '코치 월즈'가 적힌 막대 모양의 손팻말을 높이 쳐들었다. 이날 마지막 연설자로 월즈 주지사를 소개하며 무대 위로 올린 사람도 월즈가 풋볼 코치로 있던 고교 제자들이었다.
월즈 주지사는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의 정책 공약에 대해서는 "정말로 이상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들이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면 중산층 주거 비용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개혁법을 없애고 이 나라 전역에서 낙태를 금지할 것"이라며 "나만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고 트럼프의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헤리티지재단의 차기 보수 정부 공약집인 '프로젝트 2025'와 관련해서는 월즈 주지사는 "공화당은 자신들이 이것과 관련이 없다고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작전책(playbook)을 들고 있다면 언젠가는 사용하게끔 돼 있다"고 말했다.
월즈 주지사는 "내가 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할 수 있는 건 인생의 크나 큰 영광"이라며 "지난 4년간 강력하고 역사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