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일 밤(현지시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무대에 올라 "미국은 새로운 장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며 최초의 유색인종·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이날 마지막 연설자로 연단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먼저 '후보직 사퇴'라는 결단을 내려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역사는 바이든을 위험의 순간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에 행사장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민주당원들은 "땡큐 조"(thank you Joe)를 연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과거 바이든 대통령을 부통령으로 요청했던 자신의 결정이 대선 후보로서의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있지만 형제가 됐고, 그를 '나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퇴임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막후 실력자' 역할을 해온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관계는 소원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전당대회 첫날 마지막 연설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후보직'을 넘기며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시카고를 떠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는 자리를 함께하지 않았다.
이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미국을 이끌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제 (새 시대를 이끌) 횃불은 해리스에게 넘겨졌다"며 "지금부터 우리 모두는 우리가 믿는 미국을 위해 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누가 나의 미래를 걱정하고, 내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너무나도 쉽다"며 "트럼프는 그런 질문에 잠을 못 이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새로운 장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며 "해리스는 그 일을 할 준비가 됐다"고도 했다.
자신이 2008년 장벽을 깨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올랐던 것처럼, 최초의 유색인종·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해리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후보 교체 이후 해리스의 상승세를 평가하면서도 "국가는 분열돼 있고 경쟁은 치열하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가 집권한 4년동안 허세·어리석음·혼란을 경험했다"며 "우리는 속편이 보통 전편보다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앞서 연단에 오른 미셸 오바마도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는 말로 해리스를 응원했다.
그는 "해리스의 어머니가 했던 '그냥 앉아서 불평만 하지 말고, 뭔가를 해라(do something)'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야한다"며 "우리가 느꼈던 절망을 잊지말고 이 순간을 위해 충분히 준비된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뭔가를 하자"고 주문했다.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날인 21일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지지 연설과 함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예정돼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22일 밤 연단에 올라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하며 대선에 임하는 포부와 각오 등을 밝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