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부터 시카고에서 시작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사실상 '해리스 대관식'인 만큼 해리스 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 해리스 부통령은 행사장인 시카고를 떠나 인근 위스콘신주 밀워키로 유세를 떠났다.
민주당의 아성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기 보다는 경합주에서 한 표라도 더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적인 계산인 셈이다.
'러스트 벨트'(쇠락한 동북부 공업 지대)에 속한 위스콘신주는 역대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지은 대표적 경합주 중 하나로 분류된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지사는 유세를 벌인 장소는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추인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 실내체육관이었다.
유세후에도 해리스 부통령은 밀워키를 떠나지 않고 지지자들과 함께 파이서브 포럼 체육관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를 지켜볼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도 해리스 부통령은 예고없이 전당대회 장소인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 나타나 화제가 됐다.
전날 행사의 마지막 연설은 전격 후보직 사퇴로 해리스 부통령에게 길을 열어준 바이든 대통령이 했는데, 그의 연설은 정치 경력 50년의 비공식적 종식을 알리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를 모를리 없는 해리스 부통령은 월즈 주지사와 바이든의 연설을 지켜봤고, 연설이 끝난 후 연단에 올라 바이든 대통령을 껴안으며 "우리의 엄청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기리면서 행사를 시작하고 싶었다. 우리는 당신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입은 해리스 부통령의 황갈색 정장도 여러 해석을 낳았다.
해리스 부통령이 즐겨 입는 바지 정장 스타일이었지만, 성조기에 사용된 이른바 애국 컬러(흰색, 빨간색, 파란색)가 아닌 황갈색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14년 양복 색깔 논란을 연상시켰다고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중이던 지난 2014년 8월 이라크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당시 연한 황색 계열의 양복을 입고 나왔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심각한 주제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했다"며 "대통령답지 않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황갈색'을 고집한 것은 '제2의 오바마'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과 동시에 보수 진영의 공포를 교묘하게 조롱한 자신감의 발로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고,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여성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