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韓 리더십…'특검 딜레마' 풀어야 李 '대항마'

강력한 권한 쥔 이재명 vs 용산·친윤계 틈바구니 낀 한동훈
정책위의장 인선, 김경수 복권 놓고 불필요한 잡음만
제3자 특검법 풀 묘수도 마땅찮아
李에만 꽃놀이패? 韓측근 "대통령에게만 떠넘길 수 없어 나서는 것"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한동훈 대표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할 수 있겠나"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 당 대표 간 열리는 오는 25일 회담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선 한 대표가 존재감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온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한 대표가 넘어서기 어려운 '협상의 구조' 때문이다.

우선 민생 아젠다에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한 대표가 내어줄 수 있는 카드로는 채 상병 특검법안과 관련된 '제3자 특검안'이 있지만, 두 대표가 합의한다고 해도 여당 내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취임 이후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 못한 한 대표로선 '이재명 대항마'로서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는 계기이지만, 안팎으로 힘든 조건에 직면해 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가장 강력한 권한을 쥔 당수가 된 만큼 회담에서 당내 반발에 대한 우려 없이 즉흥적인 플레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 대표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서 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빈곤한 정치력 보인 韓…양자 회담서 '반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한 대표 취임 이후에도 그동안 발목 잡아온 당정 관계에는 큰 변화 조짐이 없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復權) 국면에서 잡음만 냈을 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대통령실으로서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에 대해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친윤-친한 사이 갈등의 골만 더 벌어졌다는 평이다. 한 대표가 정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물리고 싶었다면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물밑 조율을 했었어야 하는데 보수 진영에 가산점을 얻기 위해 대통령실이 번복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공개 반대를 했다는 평가만 나왔다.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과정에서도 한 대표의 경험 부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정 전 정책위의장을 교체하고 새로운 인물을 인선하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해도, 정작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한 대표의 의중을 잘 반영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가 후보 시절부터 제안한 '제3자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가 있음에도 그 과정 중에 특검법을 지향하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3자 특검법에 대해 원내 지도부와 한 대표 간 시각 차가 뚜렷한 가운데 한 대표가 지명한 정책위의장이 원내 지도부와 궤를 같이 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대표가 상황 타개를 위해 '제보 공작' 의혹까지 제3자 특검법에 추가하자고 역(逆)제안을 했지만, 이 역시 민주당에 큰 부담을 주지 못 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 대표로서는 제3자 특검법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친윤계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보 공작' 의혹까지 특검 대상에 포함하자고 제안했지만 특검법 발의를 부담스러워하는 당내 기류엔 큰 변화가 없다. 민주당에서 오히려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여서, '정쟁용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는 한 대표 측의 주장에 힘이 붙지 않고 있기도 하다. 당내에서는 "친한계가 득세했다지만 정작 한 대표가 (발의에 필요한) 10명을 당장 모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제보 공작' 의혹이란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이 처음 제기한 것으로,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가 민주당과 관련돼 있어 제보 자체가 '야당발(發) 공작'이라는 취지다.

한 대표가 취임 이래 국면 전환을 하기 위해 띄운 수(手)마다 통하지 않는 꼴이 되면서 '경험 없는 원외 당대표'라는 약점만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재명에게 꽃놀이패? 尹과 '차별화' 나서는 한동훈

황진환 기자

이런 가운데 한 대표가 민주당에 회담 생중계까지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거야의 벽을 뚫고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해결사'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의 내년 실시 보류와 종부세 등 주요 법안에 있어 이미 상당 부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호법 제정, 전세사기특별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 모성보호 3법(남녀고용평등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구하라법(민법개정안)' 등 이견이 크게 없는 법들도 상당수 있다.

다만 두 대표가 민생 법안에서 합의를 이루더라도 최종적인 평가는 한 대표가 후보 시절부터 주안점을 둬 온 '제3자 특검법'에 있다.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보수층에서도 사실상 한 대표 손을 들어준 셈인데도 의원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대표가 이 같은 한 대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김건희 특검법' 등 민주당에서 띄워놓은 다른 특검법들까지 거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표로서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남발하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포석이지만, 자칫 이 대표에게 유리한 형국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우려도 당내에 팽배하다. 이 대표가 양자회담을 영수회담을 하기 위한 디딤돌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양자 회담에서 특검법과 관련한 통 큰 합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벌일 명분을 쌓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 합의 여부로 여론은 한 대표를 평가할 것"이라며 "합의 가능성이 낮다고 윤 대통령에게 떠넘기듯 영수회담을 하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한 대표가 발목을 잡히더라도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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