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2기' 지도부가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대표직 연임 뿐 아니라 향후 대권 가도까지 고려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는데, 이재명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1기 때 보다 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안정'에 방점 둔 인선…'이견' 진성준 유임, 비주류 조승래 '3선 수석대변인'
20일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의 2기 지도부 인선은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를 두루 기용함은 물론,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부각한 신명(신이재명)계를 전면에 내세우는 효과를 거두면서 '다면적'으로 무게를 배분했기 때문이다.가장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은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유임이다. 지난 이재명 1기 지도부 막판 정책위의장을 맡아 이 대표의 신임을 얻은 바 있지만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일부 경제 현안을 두고 이 대표와 상반된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당 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부터, 최근 당선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까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금투세 유예, 상속세 공제 상향 등 기존 민주당의 정책방향과는 다른, 보다 중도층 표심에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내용의 발언을 이어왔다. 반면 진 의장은 부자감세 반대를 기조로, 금투세를 예정대로 2025년에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진 정책위의장의 유임이 다소 놀랍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유임은 정책기조의 상이함 보다는 정책위의장으로서의 능력을 보다 중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견이 있더라도 정책적인 논리 측면에서 정연함을 보여 온 만큼, 단순히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위의장직을 잘 수행하고 있던 진 의장을 교체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표는 정치를 기능적으로 바라보고 필요한 사람을 배치한다. 그렇다고 특정한 시점이 됐다고 해서 사람을 용도 폐기하는 일은 없다"며 능력적인 부분에서 신뢰하는 인물은 계속해서 신임한다고 말했다. 진 의장의 유임은 당내 토론기능이 살아있음을 보여줌은 물론, 추후 각종 정책 이슈에 민주당이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조승래 의원이 수석대변인에 임명된 것은 탕평이자 공보기능의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조 수석대변인은 과거 안희정계로 분류됐으며, 이후에도 계파색을 잘 띄지 않으며 정치활동을 이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때문에 당 대표의 입인 수석대변인에 조 의원이 임명된 것은 외연확장의 의미도 갖는다. 주로 재선 의원이 맡아오던 수석대변인에 3선인 조 의원을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무게감을 더 싣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新明, 대거 재신임되거나 최고위 진출…지명직 최고위원 등 남은 인사도 '관심'
이 대표는 기존에 호흡을 맞췄던 인사 또한 대거 주요 포스트에 재기용했다. 지난 18일 전당대회 당일까지 당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이해식 의원은 당 대표의 일정을 조율하는 대표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1기 지도부에서 비서실장으로 지난 4월 29일 영수회담 실무를 담당했던 천준호 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내 조직 등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현임인 김윤덕 의원이 유임됐으며,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또한 현임인 김우영 의원의 유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사무총장은 1기 지도부에서 조직사무부총장을 맡았는데, 이번 지도부에서는 충남 논산시장 출신이자 이 후보의 대선후보 시절 자치분권 특보단장을 맡았던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과 함께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조직력 강화에 나선다.이들은 과거 이 대표의 정치적 자문 역할을 했던 7인회 등과의 차별화를 위해 '신(新)명계'로 불린다. 원조 친명 그룹의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김영진, 문진석 의원 등은 당직을 맡지 않은 채 이 대표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신명계는 당 지도부에 대거 진출, 공식석상에서도 이 대표를 지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기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김민석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수석 최고위원자리에 올랐다. 김 의원은 정책위의장에 이어 지난 총선에서는 당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주요 공약을 제안하는 등 이 대표 체제에서의 총선 압승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면서는 이 대표의 '집권플랜본부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는데,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로부터 간접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의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맡았던 한준호 의원도 "이재명과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공약하며 최고위 진출에 성공했다.
남아있는 인선은 지명직 최고위원 2명과 수석사무부총장, 대변인단 등이다. 당내에서는 현임 지명직 최고위원인 강민구, 전은수 최고위원이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을 배출하지 못한 광주·전남지역을 배려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에서는 전남 영광·곡성군수 선거가 치러지는데,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의 민심을 다독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원내 제2 야당인 조국혁신당은 이들 지역 재보궐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내고,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비례정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