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에 부닥친 대한민국, 인구가 감소하면서 곳곳에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우려가 크게 나오는 곳이 교육현장이다. 유아가 감소하면 초등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이는 연쇄적으로 최고위 교육과정인 대학교에 까지 파급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지방 대학가에는 벌써부터 학교 존폐위기설에 시달리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아직은 신입생을 모집해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인구절벽과 중앙-지방간 경쟁의 파급영향이 언제 밀려들 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두 해 째 추진중인 지방대학 지원사업(글로컬)은 이른바 지방대학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곳, 앞으로 꾸준히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대학을 가려낸다는 취지 때문에 그 결과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대학 지원사업 치고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 교육부가 주관한 클로컬대학 심사에서 최종 선정될 경우 5년간 1천억원의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고 여기에 덤으로 지자체 매칭예산이 5:5로 확보되기 때문에 2천억원이 왔다갔다하는 매머드급 재정지원사업이다.
겉 보기에는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서 북돋워 주는 사업으로 보이지만, 기실은 대학으로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있는 대학이라도 살리자는 취지에서 국가가 가용한 범위에서 최대한 예산을 몰아주는 것이 이 사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이 사업에서 탈락한다고 하더라도 학교들이 경영난에 빠지거나 문을 닫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사업에 선정될 경우 유무형의 전후방 효과가 상당하다. 일단 선정된 학교들은 갈수록 쪼들리는 재정사정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우며 학교를 발전 시켜나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지역내에서 대학간 경쟁구도상 우위를 점하면서 구심력을 한껏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각 학교들이 준비한 혁신기획서는 엄밀한 심사를 거쳐 선별된 결과이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높고 그 효과는 당장 후학기부터 본격화하는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도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여러 정권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돼 온 저가 내지 반값등록금 정책 때문에 등록금이 동결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대학들은 올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정부 재정을 따내는 경쟁에서도 고배를 마신 경우라 앞길이 순탄할 수 없다.
일단 1차 관문을 통과한 경북대와 대구한의대, 대구보건대, 영남대-금오공대 등 전국 15개 대학교와 지난해 1차 관문을 넘은 5개 학교를 포함해 20개 대학 가운데 10개 대학 만이 최종 관문을 넘고 예산지원을 받게 된다. 여름방학이 대학으로서는 하한기 이지만 올해는 수시모집과 글로컬 대응으로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예산지원 규모가 크고 대학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벌써부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의 심사를 주관하는 교육부(심사위원회)는 지난 12~14일 서류심사를 마치고 16일부터 대상대학을 불러 놓고 대면평가에 들어갔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대면평가가 아니다.
지난 19일 심사를 받은 경북대에 따르면, 글로컬 대학 심사가 철통보안 속에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H시의 모 호텔에서 하루 3-4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면평가는 블라인드 테스트 수준이라고 한다.
10여명의 심사위원과 면접평가에 응하는 대학관계자(10명내외)는 호텔내 같은 공간에서 면접을 진행하지만, 가운데 커다란 장막으로 설치해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다. 경북대 한 교수는 20일 "심사위원회 측에서 철저한 보안 요청을 했고 심사장소 구성도 심사위원 또는 다른 대학팀과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이 분리돼 있고 심지어 건물 내부모습이 유출되지 않도록 촬영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금껏 경험해본 대학평가 가운데 보안이 제일 강했고 조그만 빈틈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실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대학들은 미숙한 대응이 실점으로 이어질까 준비에 최선을 다하면서 심사와 관련해 흘러나오는 얘기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대학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심사의 핵심포인트는 △혁신기획서에 담은 내용을 어떻게 실행해 나갈 것인지, △5년에 걸쳐 진행될 사업을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잘 추진해 나갈 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 매칭사업인 만큼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지자체 고위간부도 심사장에 함께 들어간다. 지자체를 상대로는 재정투자 의지와 사업을 주도해갈 거브넌스를 어떻게 공고화할 지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쏟아낸다고 한다.
교육부가 철통보안을 유지하는 건 그만큼 치열한 경쟁 때문에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과 대학관계자들 간 접촉을 허용할 경우 알게 모르게 심사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원천 차단함으로써 선정 결과의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2024년 1차 평가 당시 교육부에서는 글로컬 대학 선정에서 "지역안배는 없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교육부가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할 정도로 심사 공정성에 공을 들이는 만큼 심사위원들도 기획서의 우수성과 실현가능성에 심사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학들은 지역안배나 정무적 판단 등 심사외적 요인이 개입될 소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